공군 특수비행팀 교류협력, 해군 수색구조훈련, 첨단과학기술. 한일 국방교류협력을 이 세 분야에서 더욱 강화하기로 한 것은 28일 서울에서 열린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였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만나 합의한 내용을, 국방부는 공동보도문을 통해 전했다.
여섯 번째 회담, 셔틀 국방외교의 연장
이틀 일정으로 전날 방한한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안 장관의 방일에 이은 셔틀 국방외교의 다음 장이었다.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와 공군 원주기지 블랙이글스 부대 방문으로 전날 일정을 마친 그는,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의 양자 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에 안 장관과 다시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기사를 액자로
회담과 국방홍보원 견학을 마친 안 장관이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건넨 것은 액자 하나였다. 그의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2002년과 2005년 두 차례 방한했을 당시 모습을 담은 국방일보 기사였고, 그 안에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도 들어 있었다.
오찬 이후 두 장관이 향한 곳은 안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구였다. 양국 청년세대와의 간담회에 이어 친선 탁구 경기까지 함께한 이날 일정은, 지난 1월 안 장관이 고이즈미 방위상의 지역구인 요코스카시를 찾았을 때와 같은 방식이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호혜적·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두 장관이 한일 청년들에게 건넨 당부였다.
새로운 한일관계의 길이 생기고 있다는 소감
“없는 길도 자주 다니면 길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 새로운 한일관계의 길이 생겨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글로벌 안보 현안 논의와 양국 국방 협력이 한층 더 발전되길 소망한다”는 것이 안 장관이 이날 모두발언에서 밝힌 소회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전례 없는 속도로 회담을 거듭하고 있는 사실이야말로 지금까지 없던 양국의 양호한 관계, 방위 협력의 증거이며 앞으로도 의사소통과 노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동해 등을 공동 비행한 것을 두고는 “일본 주변에서의 (군사) 활동 확대를 의미하며 일본에 대한 시위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하며 안 장관과도 이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블랙이글스 일본 기착, 아직 정례화는 아니다
공동보도문의 핵심은 이 문장이다. “양 장관은 공군 블랙이글스의 일본 기착 등을 계기로 양국 특수비행팀(블랙이글스-블루임펄스) 간 교류협력 발전을 지속하고, 다양한 해난사고 상황에 대비한 수색구조훈련을 더욱 발전시키며, AI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 분야에 대해 한일 간 논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양 장관은 상호이해와 신뢰증진을 통해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 한일 국방교류협력의 발전을 위한 소통과 노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는 말도 밝혔다.
양국 특수비행팀 조종사들 간 교류는 지난 1월 28일, 한국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중간 급유를 위해 처음으로 일본 항공자위대 오키나와현 나하 기지에 기착하면서 시작됐다. 그 교류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어가겠다는 뜻이지만, 블랙이글스팀의 일본 중간 기착 및 급유 지원 정례화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국방부는 전했다.
9년 만에 재개된 해군 수색구조훈련도 발전시키기로
2017년 이후 9년 만에 이달 초 실시된 한일 해군 간 수색·구조훈련(SAREX),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해군 분야 국방교류협력도 정례화하자는 데 양국은 공감대를 이뤘다. “엄중한 안보환경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일·한미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 두 장관의 공동 메시지였다.
방위장비 기술 협력 논의, ACSA는 의제 밖
일본이 지난 4월 무기 등 방위 장비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과 그 운용 지침을 개정한 것을 토대로, 안 장관과 고이즈미 방위상은 방위 장비에 관한 기술 협력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문제는 이날 회담의 공식 의제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그동안 강하게 요구해온 사안인 만큼 회담 중 일본 측이 제기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 ACSA 체결 문제를 크게 다루지는 않았음을 일본 방위성 관계자가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국민 정서상 이것을 받아들이기가 현재는 어렵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그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장관 회담은 일한 방위 협력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