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잇따르면서 경찰과 정부가 합동조사에 나섰다. 경기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를 중심으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새벽 시간대에 이용자 동의 없이 온라인 상품권 구매와 모바일 교통카드 충전 등의 결제가 이뤄진 것이 특징으로, 8월 27일 첫 피해 신고 이후 9월 6일까지 관련 신고가 이어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집계 결과 9월 8일 기준 피해 건수는 광명서 61건, 금천서 13건 등 총 74건이며, 피해액은 광명 지역 3800만 원, 금천 지역 780만 원 등 합계 4580만 원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평소 이용하지 않던 소액결제가 새벽 시간대에 무단으로 이뤄졌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일부 이용자는 소액결제 한도를 0원으로 설정해뒀음에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돼, 인증 절차 자체가 우회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사 과정에서는 KT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소형 기지국 장비가 통신망에 접속한 정황도 포착돼, 민관합동조사단이 이를 사건의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정밀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KT의 초기 대응과 신뢰성 논란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KT의 초기 대응이다. KT는 피해 신고가 이어지던 초기 단계에서 외부 침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으나, 이후 자체 조사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8일 오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사이버 침해사실을 신고했다. 이 사실은 9일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초기 설명과 이후 신고 내용이 엇갈리면서 국내 1위 통신사로서의 신뢰성에 타격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통신사가 개인정보와 결제정보를 동시에 다루는 만큼, 보안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KT는 현재까지 개인정보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액결제 시스템 자체의 취약점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통신사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부 합동조사단 가동과 향후 과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현장조사와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에는 정부 관계자와 함께 이동통신·네트워크 분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술적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개별 기업의 보안 사고로 국한하지 않고, 통신망을 매개로 한 사이버 범죄 전반에 대한 점검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통신사 소액결제 시스템의 인증 기준 강화, 실시간 이상거래 탐지 체계 구축, 미등록 기지국 장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등이 조사단의 주요 검토 과제로 거론된다. 소액결제가 사실상 간편 금융서비스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신 분야와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보안기준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국내 통신 인프라 보안 체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통신 서비스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통신업계 전반의 보안 기준과 사고 대응 매뉴얼이 재정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안성과 이용 편의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경찰의 추가 수사와 정부 합동조사단의 원인 규명 결과가 나오는 대로, 통신업계와 정부가 어떤 후속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