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청도군 경부선 남성현역과 청도역 사이 철로에서 안전점검 작업을 하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과 협력업체 노동자 등 7명이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3주 만에 공공기관인 코레일 현장에서 벌어져 정부의 산업재해 감축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망자 2명은 모두 외주 구조물안전진단업체 소속 노동자로 확인돼, 위험이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고 경위, 무엇이 확인됐나
사고는 2025년 8월 19일 오전 10시 52분경 경북 청도군 화양읍 경부선 남성현역~청도역 구간 철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코레일 직원 1명과 구조물 안전진단 전문업체 소속 노동자 6명 등 총 7명이 투입돼 있었다. 이들은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가 우려된 비탈면(사면) 안전점검을 위해 남성현역장의 공식 승인을 받아 오전 10시 45분경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작업 시작 7분 만인 10시 52분경 시속 약 100킬로미터로 달려오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위에서 이동하던 작업자들을 덮쳤다.
사고로 2명이 숨졌고, 5명 가운데 4명은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 2명은 모두 코레일 소속이 아닌 외주 안전진단업체 노동자로 확인됐다. 청도소방서 관계자는 사고 열차가 전기로 구동되는 기관차여서 소음이 거의 없었던 탓에 작업자들이 열차 접근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는 작업자들이 열차 진행 방향을 마주 보고 이동하거나 선로 바깥쪽으로 우회하는 등 선로 이동 시 지켜야 할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산재와의 전쟁 선포 3주 만의 참사
이번 사고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7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를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며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대통령은 그해 들어 여러 명의 사망자를 낸 포스코이앤씨를 겨냥해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판했고, 정부는 2030년까지 산재 사망만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0.29명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3주 뒤 공공기관인 코레일의 철도 유지관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강경한 메시지가 현장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조사에 즉각 착수했고, 국토교통부도 철도안전법령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망자가 2명 발생한 만큼 코레일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거론됐으며, 법 위반이 확정될 경우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복되는 코레일 안전사고와 하청 구조 문제
코레일에서는 이전에도 선로 작업 중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국정감사 등에서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번 사고 역시 위험도가 높은 선로 유지보수 및 점검 업무 상당 부분이 외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사망자 전원이 협력업체 소속이었다는 점이 다시 논란이 됐다. 원청인 코레일이 작업 승인과 현장 통제의 최종 책임을 지면서도 실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하청 노동자라는 구조적 문제가 되풀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레일과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사이에서는 철도 유지보수 업무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이견도 이어져 왔으며, 관련 법 개정 논의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계속되고 있다.
행정처분과 향후 과제
사고 발생 약 1년 뒤인 2026년 7월, 국토교통부는 코레일과 SR의 철도안전법 위반 사항에 대해 총 18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청도 사고와 직접 관련된 과징금은 5억4000만원으로, 사망사고에 대한 기본 과징금에 선로 이동 안전수칙 위반 등에 따른 가중 처분이 더해진 금액이다. 국토교통부는 작업자들이 열차 진행 방향을 마주 보고 걷거나 선로 바깥쪽으로 우회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위반 근거로 제시했다.
철도업계에서는 소음이 적은 전동기관차의 특성을 고려한 경보 체계 보강, 작업 구간 열차 서행 또는 운행 통제 강화, 위험도가 높은 점검·보수 업무의 직접고용 확대 등이 근본 대책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동화·첨단화를 통해 사람이 직접 선로에 들어가 점검해야 하는 빈도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반복되는 철도 현장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고 책임을 개별 작업자의 부주의로 돌리기보다, 하청 구조와 작업 승인·통제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