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로또 분양이 집값 폭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분양가 상한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9월 15일자로 새로 고시하기로 하면서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고시에서 기본형 건축비를 3.3제곱미터당 706만2000원에서 717만4000원으로, 제곱미터당으로는 214만원에서 217만4000원으로 1.59퍼센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정기 고시 이후 6개월 만의 조정으로, 산정 기준이 되는 표본 모델을 5년 만에 현행화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개정된 고시는 9월 15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8월 12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신규 분양가와 주변 시세 사이에 큰 격차가 벌어지면서 당첨자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이 돌아가고, 이것이 주변 집값을 자극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영역에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방안을 찾으면 시장 과열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국토교통부 안팎에서는 분양가 산정 구조를 현실화하고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택지비 반영 기준 조정, 가산비 항목 확대, 기본형 건축비 산정 방식 개편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9월 15일 실시한 기본형 건축비 정기 고시는 제도 전반의 손질 논의와 맞물려 나온 조치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분양가 상한선을 구성하는 택지비, 기본형 건축비, 택지 가산비, 건축 가산비 네 항목 가운데 하나로, 국토부는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 두 차례 정기적으로 이를 고시해왔다. 이번 고시에서는 공사비 변화를 반영해 건축비를 1.59퍼센트 인상했을 뿐 아니라, 산정의 기초가 되는 표본 모델 자체를 5년 만에 현행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토부는 최근 층수 구성과 전용면적 분포 등 실제 아파트 공급 형태가 달라진 점을 반영해, 16층에서 25층 이하 건물에 전용면적 60제곱미터에서 85제곱미터 사이 세대를 기준으로 삼는 표준 모델을 새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편 논의의 배경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 도입 이후 고분양가를 억제해 실수요자의 부담을 낮추고 분양시장의 투기 수요를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돼 왔다.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에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 상한선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하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실제 건설원가가 오르면서, 상한선이 시장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동시에 상한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단지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이른바 로또 청약 현상이 반복되면서, 제도가 실수요자 보호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일부 당첨자에게 시세차익을 몰아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도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 같은 이중의 문제, 즉 공급 위축 우려와 로또 청약 논란을 동시에 해소해야 한다는 정부 내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그동안 적용 지역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기본형 건축비를 정기적으로 손질해 온 것도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이다. 다만 부분적인 건축비 조정만으로는 사업성 악화와 로또 청약 논란을 동시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 때문에 이번에는 개발이익 환수까지 포함한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검토 대상으로 떠올랐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는 일반분양가 수준이 조합원 분담금과 직결되는 만큼, 상한제 운영 방식 변화에 조합과 시공사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향후 전망과 쟁점
국토교통부는 아직 구체적인 제도 개편안의 세부 내용이나 시행 시기를 확정해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개발이익 환수 강화, 택지비 및 가산비 반영 기준 조정, 지역별 차등 적용 여부 등이 향후 논의의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측면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실제 원가 구조를 따라가지 못해 정비사업 등의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상한선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상한제를 지나치게 완화할 경우 분양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실수요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고분양가가 다시 주변 시세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개발이익 환수라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도 이런 상반된 우려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제도 개편은 국토교통부의 구체적 방안 마련과 관계 부처 협의, 시행령 또는 고시 개정 절차를 거쳐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미 분양을 준비 중인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사들은 개편 시점과 방향에 따라 분양 일정과 사업 전략을 다시 조정해야 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9월 15일 기본형 건축비 고시가 소폭의 조정에 그친 만큼, 이후 나올 개발이익 환수 등 보다 근본적인 개편안의 구체적 내용과 시행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정비사업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사업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지방 시장에서는 분양가 조정이 미분양 부담을 키우지는 않을지가 함께 살펴봐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