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후티,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 놓고 교전 격화

사우디·후티,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 놓고 교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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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보복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홍해에서도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홍해의 교전, 별도의 전쟁으로 번지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충돌했다. 양측의 공방은 사실상 전면전 수준으로 격화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와는 교전 주체와 장소가 다른 충돌이다. 중동의 긴장을 단일 해역의 위기로 설명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하나의 분쟁이 주변으로 영향을 미치는 단계를 넘어, 별개의 전선에서 무력 충돌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위험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가 4년간 유지해온 휴전을 뒤로하고 교전을 확대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휴전은 갈등의 해소와 다르지만, 적어도 무력 사용을 제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번 충돌은 그 억제 장치가 흔들리고 있음을 뜻한다. 다만 교전의 격화와 휴전의 공식 종료 선언은 구별해야 한다. 현재 전해진 내용만으로 양측이 새로운 전쟁 목표나 장기 작전 계획을 확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확인되는 변화는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의 강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친미 산유국이고 후티는 친이란 반군이다. 이 구도는 홍해의 충돌을 미국과 이란의 대립과 함께 살펴야 할 배경이다. 그러나 정치적 친밀성이 곧 작전 지휘의 일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란이 이번 후티의 군사행동을 지시했다거나 두 전선의 공격이 공동으로 계획됐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현 단계에서는 서로 연관된 지역 갈등이 각각의 교전으로 확대되는 상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두 전쟁의 가능성과 하나의 통합 전쟁이라는 판단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요르단까지 향한 공격, 확인과 주장의 경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9일 현지시간 성명에서 요르단 알아즈라크의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요르단도 관영매체를 통해 이란에서 자국 영토로 탄도미사일 20발이 날아들었다고 확인했다. 해상에서 이어지던 미국과 이란의 공방에 육상 기지를 겨냥한 공격이 더해진 것이다. 다만 요르단 영토로 미사일이 날아든 사실과 특정 미군 기지가 실제로 입은 피해는 별개의 문제다. 제시된 내용에는 기지의 피해 규모나 인명 피해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군 함정에 대한 공격 역시 이란 측의 주장과 실제 피해를 나눠 읽어야 한다. 혁명수비대의 별도 성명에는 미군 구축함 DDG-119와 DDG-53을 미사일로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함정은 순항미사일과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구축함으로 설명됐다. 이란은 자국 유조선 등 선박에 대한 폭격에 대응한 보복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미군 측 피해 확인은 제시되지 않았다. 타격 성공을 확정된 전과처럼 서술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혁명수비대는 8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최신형 무인 잠수함 한 척을 나포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수중 첨단 기술을 탑재한 장비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이 역시 이란 측 발표 범위에 머문다. 미사일 공격과 함정 타격, 수중 장비 나포는 서로 다른 군사행동이다. 이를 모두 확인된 피해로 합산하면 전황을 과장할 수 있다. 현재의 확전 위험은 개별 전과의 진위만이 아니라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는 공간과 장비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데서도 읽힌다고 분석된다.

군함 공격에 유조선 파괴로 응수하는 구조

미 중부사령부는 8일 보도자료에서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가 지난 이틀 동안 탄도미사일로 미 해군 함정을 두 차례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응은 공격에 사용된 무기만이 아니라 이란의 유조선으로 향했다. 군함을 겨냥한 공격에 선박 파괴로 응수하는 방식이 공식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다만 유조선 파괴 역시 미군의 발표라는 점을 유지해야 한다. 발표된 선박 수를 곧바로 원유 공급 감소량으로 환산할 근거는 없다.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계속 공격하려 하며, 그럴 때마다 유조선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는 이번 공격을 일회성 대응으로 끝내기보다 반복 가능한 보복 방식으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함정 공격의 비용을 높여 추가 행동을 억제하려는 논리다. 그러나 상대가 이를 또 다른 보복의 명분으로 삼는다면 억제 의도와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분석된다.

이란은 자국 유조선을 공격한 책임을 묻겠다며 쿠웨이트와 바레인 근해의 유조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경고는 실제 공격 발생과 구분해야 한다. 해당 선박의 국적이나 소유주, 피해가 확인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보복 대상으로 주변 해역의 유조선을 지목한 것은 중요한 변화다. 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공격하고 이란이 다시 다른 유조선에 위협을 가하는 구조에서는 위험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군사적 보복의 연결고리에 에너지 운송 수단이 들어갔다는 점이 이번 공방의 특징이다.

두 해역의 긴장, 군사 문제를 넘어선 불확실성

호르무즈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보복이 이어지고, 바브엘만데브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가 통제권을 다투고 있다. 두 충돌은 동일한 사건이 아니지만 해상 이동의 안전이라는 공통 문제를 낳는다. 한 전선의 긴장이 낮아져도 다른 전선의 교전이 계속되면 지역 전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두 해협이 모두 봉쇄됐다거나 모든 선박의 통항이 중단됐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군사적 긴장과 실제 운항 차질의 규모는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경제적 배경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9일 공개된 중국의 물가 지표가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집계에서 8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8%, 소비자물가는 0.8% 올랐다. 에너지 가격 상승 폭 확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인 주요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는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 속에서 나온 수치다. 다만 8월 지표를 9월 8∼9일 공격의 결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미 에너지 가격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에 새로운 군사적 위험이 더해졌다는 배경으로 읽어야 한다.

현재 살펴야 할 것은 공격 발표의 숫자만이 아니다. 미군 기지와 함정의 실제 피해, 유조선을 향한 위협의 실행 여부가 전황 판단의 기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의 교전이 계속 확대되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전과 주장만으로 승패나 종전을 전망할 단계는 아니다. 미국과 이란은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보복을 반복하고 있다. 홍해의 충돌까지 격화한 지금, 핵심은 각각의 보복이 상대의 추가 공격을 부르는 구조를 끊을 수 있느냐다. 세계 독자에게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두 해역의 군사적 불안이 에너지 운송과 공급의 예측 가능성을 함께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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