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내년 첫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밝혔다.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장관으로 바티칸에서 5년째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유 추기경은 방한 중 KBS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레오 14세 교황의 한반도에 대한 깊은 관심을 전했다.
유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큰 일 하실 것으로 여기면서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하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황께서) 기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계기 첫 방한
레오 14세 교황은 내년 8월 3일부터 8월 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 최대규모 청년 행사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참석차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세계청년대회가 비가톨릭 국가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역대 교황으로는 네 번째 방한이다.
DMZ 방문 검토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바티칸을 방문했을 당시 교황에게 방한 계기 DMZ 방문과 방북 추진을 요청한 데 대한 호응이다. 유 추기경은 당시 상황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DMZ도 있고 등등 말씀하셨어요. 교황님께서 다 들으시더니 그렇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라고 전했다.
방북은 북한에 달려…접촉 경로 언급
유 추기경은 각국의 교황 대사 등을 통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며 교황의 방북은 북한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그는 “교황님께서 어떤 북한과 친한 나라가 있다고 하면 그쪽으로 어떤 역할을 부탁을 드릴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 당시 대회 개최지가 한국으로 선정된 데는 분단 상황을 고려했다고도 했다. 유 추기경은 “(남북이) 철책으로 해서 155 마일 (249km)이 갈라져 있는데, 젊은이들이 인간 띠를 만든다면 이것도 장관이겠습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바티칸과 한반도 잇는 한국인 추기경
유 추기경은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이래 5년째 바티칸에서 장관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부터 지난해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까지 두 교황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해 오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역대 4번째로 지난 2022년 추기경에 서임됐고, 과거 천주교 대북지원으로 북한을 네 차례 방문했다.
천주교 대북 지원으로 네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유 추기경은 남북 대화가 꽉 막힌 상황에서 교황의 방한이 대화 복원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닫혀 있으면 문을 두드려서 조그만한 문이라도 문을 넓히면 되고, 조그만 길이 나면 길을 넓히면 되거든요”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