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한 장에 담긴 서울의 온기
SBS에 따르면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는 1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호떡을 들고 상인과 사진을 찍으며 “옛 추억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한 스틸 대사가 지난달 30일 한국계 첫 여성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한 직후 선택한 현장이 전통시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공식 회의장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먹거리가 살아 있는 공간에서 한국과의 재회를 시작한 셈이다.
스틸 대사는 남편인 숀 스틸 변호사와 시장 앞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호떡을 든 채 상인과 밝은 표정으로 촬영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그가 전한 감상은 음식의 맛만을 향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은 시장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따뜻한 정과 활기, 정겨운 풍경은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다는 설명이다. 손에 든 호떡은 변화한 서울과 과거의 서울을 연결하는 작고 선명한 매개가 됐다.
이번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거창한 설명 없이도 도시의 분위기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바로 받아 든 먹거리를 들고 상인과 나란히 웃는 모습에는 주문하고, 기다리고, 건네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짧은 교류가 압축돼 있다. 한국을 처음 접하는 해외 독자에게도 호떡은 낯선 음식인 동시에 현지에서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서울의 일상으로 읽힐 수 있다.
남대문시장이 보여준 ‘먹는 서울’
남대문시장 방문은 스틸 대사가 표현한 “서울을 다시 알아가는 시간”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바꿨다. 익숙한 고향을 되찾는 개인적 여정과 새 임무를 시작한 외교관의 행보가 시장 골목에서 겹쳤다. 특히 호떡을 손에 든 사진은 서울을 건물이나 공식 일정만으로 보여주지 않고, 사람과 음식이 가까이 맞닿는 공간으로 소개했다.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맛과 향, 상인의 표정 같은 감각적 요소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갖는지를 드러낸다.
전통시장의 음식은 정해진 좌석과 긴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방문객은 시장을 걷다가 눈앞의 먹거리를 고르고, 그 자리에서 상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공간에 참여한다. 스틸 대사의 사진 역시 완성된 음식을 감상하는 형식보다 호떡을 매개로 현장에 섞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길거리 음식의 매력이 메뉴 자체에만 있지 않고, 구매 과정과 주변 풍경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데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푸드 콘텐츠의 관점에서도 이 장면은 강한 전달력을 지닌다. 음식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손에 든 간식과 밝은 표정, 시장의 활기를 통해 현장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 번역을 거쳐 여러 언어권으로 전해지더라도 ‘오랜만에 돌아온 사람이 시장 음식에서 추억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비교적 분명하게 남는다. 호떡 한 장이 서울의 환대와 일상성을 설명하는 시각 언어가 된 것이다.
개인의 추억에서 공공 외교의 장면으로
스틸 대사는 남대문시장을 찾기 하루 전에는 서울 도심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그곳에서 한국의 뛰어난 혁신과 리더십의 유산을 다시 떠올렸다고 전했다. 광화문이 역사와 상징을 보여주는 무대였다면, 남대문시장은 생활과 감각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두 공간을 잇달아 찾은 행보는 한국을 제도와 역사만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까지 포함해 알아가려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한국 도착 당일에는 실향민 출신 부모가 다녔던 영락교회도 방문했다. 부모의 기억이 남은 교회,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 호떡과 상인이 기다리는 남대문시장이 부임 초반의 동선에 함께 놓였다. 각각의 장소는 가족사와 역사, 현재의 생활문화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 가운데 음식은 가장 친근한 접점이다. 별도의 의전 없이도 함께 먹고 웃는 모습만으로 관계의 온도를 전달할 수 있어서다.
SBS가 전한 스틸 대사의 표현 가운데 핵심은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서울”이다. 이 말은 오랜 기억을 가진 사람에게도 서울의 음식 문화가 다시 발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 알고 있던 시장의 정서가 남아 있으면서도, 현재의 방문은 새 직책과 새로운 시선 속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호떡은 단순히 옛날을 회상하게 하는 음식에 머물지 않고, 변화한 도시를 다시 탐색하게 만드는 출발점으로 기능했다고 평가된다.
K-푸드가 세계와 만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
스틸 대사는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이 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한민국과 굳건히 협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공식 메시지와 시장 방문은 성격이 다르지만 서로 분리돼 있지만은 않다. 국가 간 관계가 제도와 안보의 언어로 구축된다면, 시민에게 다가가는 과정은 장소와 음식, 표정처럼 부드러운 언어로 보완될 수 있다. 남대문시장의 호떡 사진은 그 간격을 자연스럽게 좁힌 장면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은 K-푸드의 세계적 확산을 거대한 수출 수치나 유명 브랜드가 아닌 한 사람의 실제 경험으로 보여줬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음식을 궁금해하는 순간은 반드시 화려한 홍보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시장에서 음식을 손에 들고 즐거워하는 모습,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공간의 온기를 기억한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강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음식이 사람의 기억과 장소의 인상을 함께 운반하기 때문이다.
미셸 스틸 대사의 남대문시장 방문은 호떡이 서울의 과거와 현재, 개인의 향수와 새로운 공적 역할을 한 장면 안에서 이어준 사례다. 세계 독자에게 이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단지 먹어볼 메뉴가 아니라, 시장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도시의 활기를 가까이 느끼며 서울을 이해하는 경험의 입구가 될 수 있다.
출처
· [SBS] "너 오늘 죽어봐" 망치로 '퍽'…광주 유명 치킨집 '발칵'
· [SBS] 호떡 들고 '찰칵'…"옛 추억 떠올라" 미 대사가 찾은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