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3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이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유지된 2.2% 수준에서 0.3%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OECD가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1%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이후 24년 만에 2%선이 무너진 것이기도 하다.
1.9%로 첫 1%대 진입 2001년 이후 최저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1년 3.8%를 기록한 이후 14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자본과 노동,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뜻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1%대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별다른 부작용 없이 도달할 수 있는 성장의 상한선 자체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외 언론은 지난 7월 7일 이 같은 OECD 분석 내용을 일제히 보도하며 한국 경제의 구조적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단기적인 경기 변동과 달리 인구구조나 생산성 같은 근본적인 요인에서 비롯되는 만큼, 정책적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2.2%를 유지하던 수치가 단 1년 만에 0.3%포인트나 낮아졌다는 점에서, 하락 속도 자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G7 주요국과 비교하면 중하위권
OECD가 함께 제시한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 2.1%, 캐나다 1.7%, 이탈리아 1.3%, 영국 1.2%, 프랑스 1.0%, 독일 0.5%, 일본 0.2%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1.9%는 G7 최고치인 미국보다는 낮지만 캐나다를 비롯한 나머지 국가들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다만 단순 수치 비교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하락 속도다. 한국은 2011년 3.8%에서 14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다른 선진국들이 이미 겪은 저성장 국면을 한국이 더 빠른 속도로 뒤따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과 독일처럼 인구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국가들의 낮은 잠재성장률이 한국의 향후 경로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G7 국가들은 대부분 2%를 밑도는 잠재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선진국 경제 전반이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도 함께 나온다.
저출생 고령화와 생산성 정체가 원인
전문가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배경으로 급속한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기업 생산성 개선 정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노동 투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상쇄할 만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OECD와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의 잠재성장률을 1.5%로 제시한 바 있어, OECD 추정치보다도 더 낮은 수준의 성장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 기관이 국제기구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셈이어서,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효과가 앞으로 몇 년 사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구조개혁 없이는 반등 어려워
경제 전문가들은 단기 경기 부양책만으로는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인 정책 대응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이러한 구조개혁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단기간 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향후 발표에서도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이며, 다음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이 수치가 어떻게 조정될지가 주목된다.
OECD는 통상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회원국별 잠재성장률 추정치도 함께 갱신한다. 오는 12월 발표될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지, 아니면 정책 대응 효과로 하락세가 다소 진정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