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10일 서울에서 라이브 공연과 체험 행사를 시작한다. 한국 음악의 세계적 확산을 돕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음악을 듣는 화면에서 팬이 만나는 공간으로
행사 이름은 ‘스포티파이 하우스 서울’이다.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성동구의 행사 공간 앤더슨씨에서 라이브 공연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음악을 재생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팬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행사를 이해하는 핵심은 공연 자체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세계로 퍼지는 과정에서 팬의 경험을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가 함께 담겼다고 해석된다. 청취 경험을 공연과 체험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다.
스포티파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매니저 과탐 탈와는 9일 서울에서 한국을 새로운 문화와 창의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중심지로 설명했다. 한국에서 탄생한 콘텐츠가 세계로 확산한다는 점을 시장의 중요성과 연결했다. 한국의 창의성을 세계에 알리고, 국내 입지와 음악 산업의 성장을 위해 투자와 협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발언에 구체적인 투자 금액이나 신규 계약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다. 발표의 중심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방향과 협력 의지다.
이 구상에서 한국은 음악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음악과 팬 문화가 등장하고, 다른 지역의 청취자에게 전달되는 출발점으로 자리한다. 이는 플랫폼의 국내 활동과 해외 확산 전략을 별개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국 팬이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번 서울 행사는 그런 접점을 오프라인에서 넓히는 자리로 평가된다. 다만 행사 개최만으로 청취 증가나 새로운 팬 확보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첫 청취 20억회, 숫자는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탈와 총괄에 따르면 지난해 스포티파이에서 한국 가수의 음악을 처음 들은 이용자의 재생수는 20억회를 넘겼다. 한국 음악을 새롭게 접하는 청취 활동의 규모를 설명한 수치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은 재생수와 사람 수다. 이를 한국 음악을 처음 들은 이용자가 20억명이라는 뜻으로 바꿔 읽어서는 안 된다. 발표된 지표는 이용자 수가 아니라 재생 횟수이기 때문이다. 한국 음악의 해외 접점을 살필 때도 무엇을 집계한 숫자인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수치가 흥미로운 이유는 기존 팬의 반복 청취와 다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미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계속 듣는 일뿐 아니라, 한국 가수의 음악을 처음 만나는 순간에도 주목하게 한다. 새로운 청취자가 유입되는 접점은 음악의 확산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처음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장기적인 팬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수치에는 이후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공연에 관심을 보였는지까지 설명하는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온라인 청취와 오프라인 행사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생은 음악을 접하는 통로이고, 라이브와 체험은 음악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 기회다. 이번 행사 역시 두 경험을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행사 참여자가 모두 새로운 청취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공개된 내용만으로 참석자의 구성이나 이후 행동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플랫폼이 음악을 제공하는 방식에 현장 경험을 더하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팝의 문을 열면 인디와 록도 만난다
한국 음악의 확산을 인기 그룹만으로 설명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탈와 총괄은 방탄소년단, 에스파, 라이즈, 코르티스의 인기와 함께 한국 록과 힙합에 대한 관심을 언급했다. 지난해 전 세계 스포티파이에서 한국 인디 음악의 스트리밍은 전년보다 68% 늘었다. 올해 한국 스포티파이에서는 한국 록 음악의 스트리밍이 지난해보다 58%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두 수치는 모두 증가를 나타내지만 집계 대상과 지역, 비교 시점이 달라 따로 읽어야 한다.
인디 음악 수치는 전 세계 이용을, 록 음악 수치는 한국 내 이용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묶어 한국 록의 세계 청취량이 58% 늘었다고 표현하면 사실과 달라진다. 증가율만으로 두 장르의 전체 청취 규모를 비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 음악을 발견하는 경로가 여러 장르에 걸쳐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유명 그룹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독자에게도 한국 음악을 그룹 이름만이 아니라 장르와 소리의 특징으로 살펴볼 이유를 제공하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 나온 신작에서는 이런 다양성을 구체적인 음악으로 만날 수 있다. 래퍼 김심야가 9일 발표한 정규 2집 ‘도그마’는 전자 사운드와 팝의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총 10곡이 담겼으며 사운드 서플라이 서비스 멤버들이 전곡을 프로듀싱했다. 세 번째 곡 ‘T-H-I-R-S-T-Y’는 상당 부분을 랩 대신 소리로 채웠다. 이 작품을 스포티파이의 장르별 성장 수치와 직접 연결할 근거는 없다. 다만 한국 음악 안에서 랩과 전자 음악, 팝이 만나는 사례로 살펴볼 만하다.
열정적인 팬 문화가 다음 경험의 단서다
서울 행사의 또 다른 배경은 한국 팬들의 음악 소비 방식이다. 탈와 총괄은 한국 팬이 조직적이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음원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등 여러 방식으로 음악을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징에서 오프라인 행사 기획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팬 문화를 관찰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구성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팬은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인 동시에,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할지 판단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존재로 평가된다.
여기서 ‘취향에 맞는 음악과 경험’이라는 서비스 방향이 현장 프로그램과 만난다. 음악 취향은 어떤 곡을 선택하는지뿐 아니라 그 곡을 어떻게 즐기는지와도 연결된다. 라이브 공연과 체험을 함께 마련한 구성은 이 차이를 반영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공개된 자료에는 세부 출연진이나 프로그램별 운영 방식이 제시되지 않았다. 특정 가수의 출연이나 팬과의 만남을 예정된 사실처럼 기대하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확인된 일정은 10일부터 13일까지의 행사와 라이브·체험 프로그램 운영이다.
이번 소식의 핵심은 한국 음악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방향이 청취 지표와 현장 경험으로 함께 제시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이용자의 첫 청취, 인디와 록의 스트리밍 증가, 팬 문화에 대한 관심은 각각 다른 측면을 드러낸다. 이를 하나의 성공 공식으로 단정하기보다 음악을 발견하고 즐기는 여러 통로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 밖의 팬에게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케이팝 가수에서 출발해 새로운 장르와 공연 경험으로 관심을 넓힐 단서를 서울의 이번 행사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