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19일 담화를 냈다. 그는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북한군에게 한국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한 데 반발하며, 전술적 타격 수단을 남쪽 국경선 일대에 늘려 배치하는 방안과 대남 확성기방송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토 중이라는 조치와 담화 내용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장은 이날 오후 ‘우리는 주권 수호를 말로 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현 사태에 대처하여 우리 군사지도부는 선제적이며 제압적인 조치로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하고 적합하다고 간주되는 이여의 조치들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현재 상황을 두고 “지금 남부 국경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며 “한국 군부깡패들의 무모한 객기에 의해 남부 국경선 일대에는 살벌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군의 확성기 경고방송은 ‘도발’로 규정했다. 북한군이 MDL을 침범했다는 한국군의 판단에는 ‘근거 없는 트집’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이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하는 동안 MDL 침범이 생기면 한국군이 경고방송·경고사격을 하는데, 이것이 북한군의 신변을 위협하고 정세를 격화시킨다며 책임을 한국 쪽에 돌렸다. 또 “군사 깡패 무리들의 객기는 저들의 ‘철저한 대응’을 ‘과시’하는 한편 우리의 남부 국경 강화 활동을 방해하자는데 기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주장한 경고방송·경고사격 횟수
김 부장은 구체적인 횟수도 내놨다. 그는 “8월 1일부터 10월 17일 현재까지 감행된 확성기 경고방송 도발은 무려 2천870차, 경고사격은 201차에 이르렀다”며 “적들의 이러한 갈갬질은 ‘지뢰폭발 자작극’을 조작한 이후 더욱 노골화되면서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담화에 따르면 이 가운데 10월 1일부터 17일까지만 경고방송 998차, 경고사격 91차가 있었다.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에는 남쪽 국경의 여러 곳에서 확성기 경고방송이 350여 차, 경고사격이 60여 차 동시다발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경고방송이 잦은 곳으로 육군 2군단 7·15보병사단과 3군단 21·22보병사단 지역 초소들을 꼽았다. 경고사격이 가장 심한 곳으로는 3군단 21보병사단 비무장지대 278헌병초소를 지목했다.
접경 지역 상황과 한국군 대응 원칙
한국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북한군이 MDL에 다가오는 등 침범 징후가 보이면 경고방송을 한다. MDL 남쪽으로 넘어오면 경고사격을 하고 물러나게 한다. 군에 따르면 최근 동부전선에서는 북한군이 MDL 남쪽 약 10m 지점 순찰로를 따라 움직이며 월선을 거듭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담화가 말한 ‘지뢰폭발 자작극’은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터져 한국군 장병 3명이 다친 일을 가리킨다. 북한은 이 사고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인천 강화군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 지역에서는 북한 군인들이 전술도로와 철책 건설로 추정되는 작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 선제적 신뢰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추자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했었다. 이번 담화는 한국군의 월선 대응을 구실로 이 방송을 다시 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장은 지난달 말 담화에서도 ‘전술적 반격수단 증강’을 언급했는데, 이번에 다시 ‘전술적 타격수단’ 배치를 거론했다. DMZ와 인접한 부대에 직사·근거리 화력을 보강할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 비난과 전문가 분석
김 부장은 이재명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집권 초기부터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며 ‘유화적인 모습’을 연출하던 리재명 정부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이 오히려 노골적으로 반공을 고취하던 악질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같은 무모한 객기는 분명 엄청난 정세 위기를 확대시키며 커다란 재앙을 스스로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서울은 군사깡패무리들의 쓸데없는 객기로 하여 분명히 후회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명백히 다시금 강조하지만 우리는 주권수호를 말로 하지 않는다”고 위협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확전을 하겠다는 개념은 아니고, 지뢰 폭발 이후 한국군의 민감도가 높아져 대응 매뉴얼을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대응하는 취지가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MDL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충돌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측면도 있다”고 했다. 특히 이전 정부까지 끌어들여 대남 방송 재개 카드를 꺼낸 데는 이재명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MDL 일대에서 한국군이 대응하는 바람에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방해받는다고 북한이 판단한 것이 담화의 바탕이라고 봤다. 양 교수는 “김 부장이 이 사안과 관련해 여러 차례 담화를 내는 것은 한편으로는 한국군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핵능력 고도화와 적대적 두 개 국가 노선의 정당화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