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4 양산 준비, 차세대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
SK하이닉스가 2025년 9월 22일,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의 양산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제품을 출하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 램프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가속기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이번 발표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 바 있다. 이 12단 제품은 36기가바이트(GB) 용량에 초당 2테라바이트(TB)를 넘는 대역폭을 구현했으며, 어드밴스드 MR-MUF(몰드 언더필) 공정을 적용해 발열 억제와 제품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 제품이 기존 HBM3E 대비 약 60% 향상된 대역폭을 갖췄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겨냥한 공급 경쟁
HBM4의 최대 수요처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 루빈(Rubin)이 꼽힌다. 루빈은 2026년 하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엔비디아의 현재 주력 제품인 블랙웰 울트라에는 HBM3E가 탑재돼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루빈 플랫폼에 들어갈 HBM4 물량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약 70%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각각 HBM4 개발과 고객사 인증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어 공급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HBM4와 관련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과 속도 기준을 모두 충족했으며 양산성도 확보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회사는 고객사와의 인증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공급 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거점 확대와 시장 점유율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인 M15X를 구축해 HBM4를 비롯한 차세대 D램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M15X에는 20조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며, 웨이퍼 투입량을 월평균 1만장 수준에서 내년까지 8만장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기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 M15X가 SK하이닉스의 핵심 HBM 생산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들의 집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HBM 시장에서 50%를 웃도는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그 뒤를 추격하는 구도다. 2026년에도 SK하이닉스가 절반 안팎의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HBM4 양산과 인증에 성공할 경우 점유율 격차는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당분간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3사의 HBM4 양산과 인증 결과에 따라 향후 AI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 구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 브로드컴 등 다른 AI 반도체 업체들도 자체 가속기에 탑재할 차세대 메모리로 HBM4를 검토하고 있어 공급사들의 수주 경쟁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계도 SK하이닉스의 HBM4 양산 확대에 맞춰 관련 설비 공급을 늘리고 있어 후방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