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전산센터 화재로 정부24 등 주요 행정서비스 중단 사태
2025년 9월 26일 저녁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 대전본원 5층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부24를 비롯한 정부 온라인 서비스 다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이전 작업 도중 배터리에서 발화하며 시작됐으며, 소방당국이 첫 진화를 완료하기까지 약 10시간이 걸렸다. 27일 오전에는 한 차례 재발화가 발생하는 등 진화 작업이 순탄치 않았고, 그 여파로 이날 현재까지도 상당수 행정시스템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화재는 26일 오후 8시 15분경 국정자원 대전본원 5층 전산실 UPS실에서 시작됐다. 당시 작업자들은 노후한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전원을 차단한 지 약 30분 만에 작업 대상이던 배터리 한 개에서 불이 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2년부터 2013년 사이 생산해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공급한 제품으로, 배터리 전문가들은 배터리의 노후화와 방전 절차 미준수가 겹쳐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40대 직원 1명이 얼굴과 팔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음에도 불이 쉽게 잡히지 않자 10시간에 걸친 진화 작업 끝에 27일 오전 6시 30분경 큰 불길을 잡았으나, 약 2시간 뒤인 오전 8시 40분경 잔불이 다시 타오르며 재발화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화재로 정부24, 국민비서, 모바일 신분증, 온나라문서시스템, 국민신문고 등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온라인 서비스 약 70종을 포함해 공공용 시스템 436개와 내부 행정시스템 211개 등 총 647개 시스템이 장애를 겪었다. 국정자원은 화재가 다른 서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구역의 서버까지 예방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이 조치가 전국 단위의 행정망 마비로 이어졌다. 민원서류 발급과 각종 온라인 신청 업무가 전국적으로 마비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되자 네이버와 카카오(다음) 등 주요 포털은 27일 오전 첫 화면 공지란에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정부 시스템 장애 상황과 대체 안내 페이지 링크를 게재했다. 민원인들은 정부24 대신 관할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대체 창구를 이용해야 했다. 정부 부처들은 각 기관 누리집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비스 중단 상황과 임시 대응 방안을 수시로 안내했다.
원인과 안전 관리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데이터센터의 리튬이온 배터리 UPS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유지 비용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데이터센터에서 채택이 늘고 있지만, 과충전이나 물리적 충격, 방전 절차 미준수 등의 요인이 겹치면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으로 이어져 짧은 시간에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있다. 이번 사고 역시 전원을 차단한 뒤 배터리 내부 전하를 충분히 낮추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전 작업을 서두른 것이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백업 체계의 취약성이다. 국정자원이 운영하던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업무용 클라우드 저장소인 G드라이브는 별도의 원격 백업 없이 화재가 발생한 시설 내부에서만 데이터를 이중으로 저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관련 자료의 상당 부분이 소실될 우려가 제기됐다. 행정안전부는 대용량 저장소의 특성상 원격 백업에 한 달 이상이 소요돼 서비스 운영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동일 시설 내 이중화 방식을 채택해왔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재해 상황에서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위험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발방지 대책과 전망
행정안전부는 27일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전국 국정자원 산하 전산센터에 대한 전면 안전 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 UPS를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배터리 노후도와 방전 절차 준수 여부를 우선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배터리 교체나 안전장비 보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충청남도 공주에 짓고 있는 재해복구 전용 데이터센터의 구축을 서둘러, 대전본원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복제하는 이중화 체계를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정부는 피해가 없는 시스템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하며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행정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앙집중식 데이터센터 운영의 위험성과 재해복구 체계 미비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리적으로 분산된 다중 백업 체계 구축과 재난 복구 계획의 정기적인 훈련, 리튬이온 배터리 관리 기준 강화 등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