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골다공증 위험 29% 낮춘다…분당서울대병원 20년 추적연구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골다공증 위험 29% 낮춘다...분당서울대병원 20년 추적연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2025년 8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여부와 골다공증 발생률 간의 상관관계를 20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국내 최장기 연구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846명 20년 추적…제균군 골다공증 위험 29% 낮아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를 비롯해 김예진 전문의, 최용훈 교수, 내분비대사내과 공성혜 교수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2003년 5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내시경과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동시에 받은 골다공증 미진단 성인 846명을 최대 20년, 평균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추적 결과 헬리코박터균 제균에 성공한 730명 가운데 179명(24.5%)에서 골다공증이 새로 발생한 반면, 제균에 실패했거나 치료를 받지 않은 116명 가운데서는 40명(34.5%)에서 골다공증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 스테로이드 복용 여부, 양성자펌프억제제 복용 이력 등 골밀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란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제균 치료군의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약 29% 낮다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50세 이상 여성에서 예방 효과 가장 뚜렷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성별과 연령에 따라 제균 치료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 여성 환자에서는 제균 치료 여부에 따른 골다공증 발생률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 반면, 남성 환자에서는 제균 치료와 골다공증 발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폐경 이후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50세 이상 여성의 경우 제균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골다공증 위험이 1.5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이 연령대에서 예방 효과가 가장 컸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위암뿐 아니라 골다공증과 같은 전신의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폐경기를 지나며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50세 이상 여성 환자에서 가장 예방 효과가 좋은 만큼, 이 연령대의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신 염증과 대사 이상이 매개 요인으로 추정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염과 위궤양, 위암 등 다양한 위장 질환의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위장 질환을 넘어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 질환이나 관상동맥질환 발생률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고돼 왔으며, 이번 연구는 그 범위를 근골격계 질환인 골다공증까지 확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유발하는 전신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 교란 등이 골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생물학적 기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후속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균 치료 확대 가능성…후속 연구 예고

이번 연구 결과는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제균 치료가 위장 건강 관리 차원을 넘어 골다공증을 비롯한 전신 질환 예방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팀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골다공증 사이의 정확한 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하고, 임상 현장에서 제균 치료를 골다공증 예방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위내시경 검사나 요소호기검사 등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를 이용한 제균 치료가 이뤄진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제균 치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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