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 심각성 대두…13년째 사망원인 1위 자살
한국 청소년의 정신건강 위기가 다시 한번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2011년 이후 13년째 청소년(9~24세) 사망원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10대 자살자 수는 2017년 254명에서 2023년 370명, 2024년 372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자살률이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로 꾸준히 지목돼 왔으며, 청소년층의 자살 문제 역시 국제 비교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공중보건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 사회의 그늘
전문가들은 한국 청소년들이 겪는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과열, 성과 중심의 교육 환경이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는 평상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아동청소년 가운데 64.3%가 숙제나 시험을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고, 성적 때문에 부모로부터 압박을 받는다는 응답도 34.0%에 달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로, 소아(14.3%)보다 청소년(18.0%)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을 전후한 입시 시기에는 학업과 진로에 대한 압박이 집중되면서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것이 상담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들은 과도한 경쟁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으며, 이러한 심리적 압박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사회의 대응 방안
정부는 자살예방사업 예산을 확대하고 청소년 대상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7월부터 15세에서 34세 청년층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심리검사와 상담, 자살시도로 인한 신체 손상 치료비를 지원하도록 요건을 완화했으며, 이 지원 대상에는 고등학생 연령대의 청소년도 상당수 포함된다. 아울러 9세부터 24세까지의 위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과 보호, 자립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소년전화 1388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학교 상담교사 확충과 전문 심리상담 연계 서비스 강화 등 조기 개입 체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등 전문 학회는 청소년 우울증 및 불안장애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들도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적 접근을 넘어 사회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쟁 중심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청소년들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연계된 통합적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적 향상보다 정서적 안정을 우선시하고 청소년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며,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 사회적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도 크다.
청소년 자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인 만큼, 정부와 교육 당국, 의료계, 지역사회가 장기적 관점에서 예방과 조기 개입, 사후 관리 체계를 함께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특히 자살 시도나 자해를 겪은 청소년이 다시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사후 관리와 재발 방지 상담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이나 주변인은 청소년전화 1388,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등을 통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