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에 사는 14세 소년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견된 심장 이상을 10년 넘게 안고 지내다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수술을 마친 소년은 “필리핀에서는 심장이 안 좋다는 걸 알고도 손쓸 방법이 없어서 속상했는데,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다른 친구들처럼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요”라고 말했다. 15일 분당서울대병원 설명을 종합하면 이 소년은 이달 9일 병실을 나섰다.
5시간 거리의 병원, 10년 넘긴 기다림
주인공은 빈센트 발렌테 군이다. 저소득 청소년을 받아 가르치는 기숙학교 ‘마리아 소년의 집’에 다니고 있다. 기침이 심해진 것은 생후 6개월 무렵이었지만 원인은 한참 뒤에야 드러났다. 생후 11개월 때 필리핀을 찾은 독일인 의사가 검사를 권했고, 심장초음파를 통해 심방중격결손(ASD)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를 가르는 벽에 구멍이 뚫리는 선천성 질환이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쉽게 지치거나 숨이 차고, 오래 두면 심부전이나 폐고혈압 같은 합병증으로 번질 수 있다. 진단이 나온 뒤에도 치료는 이어지지 못했다. 심장을 볼 수 있는 병원까지 5시간을 가야 했고, 가정 형편도 여유가 없었다. 빈센트 군은 숨이 차오르는 불편을 그대로 견디며 자랐다.
입원 검사에서 드러난 두 번째 진단
전환점은 2025년에 찾아왔다. 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필리핀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사업을 벌이던 중 빈센트 군의 심장 문제를 확인했고, 국내에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를 한국으로 불렀다. 이달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심초음파와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이 잇따라 진행됐다.
검사에서는 이미 알고 있던 결손 말고도 ‘부분폐정맥환류이상’이 하나 더 잡혔다. 폐정맥 가운데 일부가 제자리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두 질환이 오랫동안 겹쳐 있던 탓에 심장과 폐혈관에 부담이 쌓였고, 심장은 정상 크기보다 많이 커진 상태였다. 폐로 피를 내보내는 혈관 역시 늘어나 있었다.
이튿날 자가 호흡, 통원 뒤 귀국
수술대에 오른 것은 이달 4일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임재홍 교수와 소아청소년과 이주원 교수가 함께 손을 맞췄다. 하루 뒤부터 빈센트 군은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숨을 쉬었고, 회복 경과가 좋아 9일 퇴원이 결정됐다.
퇴원했다고 곧바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가량 통원하며 경과를 확인한 뒤 필리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돌아간 이후의 건강 상태는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이어서 살펴보기로 했다.
집도의인 임재홍 교수는 “심장병을 10년 넘게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환아의 사정에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며 “여러 후원기관의 도움 덕분에 빈센트 군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의료진 모두가 뜻깊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