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하며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IMF는 9월 24일 발표한 2025년 한국 연례협의(Article IV Consultation)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0.9% 성장한 뒤 2026년에는 1.8%로 성장세가 뚜렷하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내 일부 기관이 제시했던 0%대 후반 저성장 우려와 맥을 같이하면서도, 하반기 이후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둔 평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IMF 한국 미션단은 라훌 아난드 미션단장을 필두로 9월 11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방한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 부처 및 기관과 면담을 진행했다. IMF는 이 기간 동안의 협의 결과를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장기화된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글로벌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짓눌러 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물가는 목표치인 2%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앞서 8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8%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5월 발표한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수치로, 건설투자 부진이 저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IMF의 0.9% 전망은 KDI 전망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국내외 기관들이 대체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공통적으로 인식하면서도 하반기 이후 흐름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완화적 정책 조합 적절하다는 평가
IMF는 현재 한국 정부가 보유한 정책 여력과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완화적 통화·재정정책과 함께 선별적인 금융 지원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성장을 뒷받침하면서도 거시경제 안정성을 지키는 데 적절한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2025년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2026년 예산안의 지출 우선순위가 IMF의 권고 방향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밝혀,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IMF는 다만 이러한 완화적 정책 기조가 단기 처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026년에는 성장률이 1.8%까지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같은 회복이 지속 가능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구조개혁 없이는 3% 성장 목표 달성 어려워
IMF는 한국 정부가 내걸고 있는 3%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역풍에 대응하며,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과 혁신 투자를 강화하고,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며, 중기재정체계에 재정준칙과 같은 재정기준점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민간소비를 진작하고 대외수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의 개혁을 병행해야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이 보다 견고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중심의 성장 구조가 반도체 등 특정 산업과 대외 경기 변동에 취약한 만큼, 내수 기반을 확충하는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IMF의 이번 평가에 대해 재정 확장 기조의 적절성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구조개혁 권고에 대해서도 중장기 국정과제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MF의 이번 진단이 단기 경기 부양책과 중장기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이후 실제 지표가 IMF의 회복 전망대로 나타날지, 그리고 정부의 추경 집행과 구조개혁 논의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가 향후 한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