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섰다. 정규장은 전일 대비 4.9원 오른 1,397.5원에 마감했으며, 이어진 야간거래에서는 오후 5시 33분 장중 한때 1,400.3원까지 올라 장중가 기준으로 1,400원 선을 돌파했다. 원화 약세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시사하고, 뉴욕 증시가 고평가 우려로 흔들리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환율 상승은 여러 대외 변수가 겹치며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전날 연설에서 미국 증시가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는 뉴욕 증시 하락과 함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그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에 나섰으며,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516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시에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7.421까지 오르며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원화 약세 압력을 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화가 큰 폭으로 흔들릴 때마다 당국이 구두개입이나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필요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날 기준으로 당국의 공식적인 개입 조치가 별도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과거 고점과 비교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10월에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환율이 1,442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고, 2024년 12월에는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1,480원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번 1,400원대 진입은 이 같은 과거 고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권으로 여겨지던 1,300원대 후반에서 다시 1,400원 선 근처로 올라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수입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쳐 환율 상승이 아직 수입물가 전반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달러 강세 기조가 길어질 경우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시차를 두고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이날 코스피는 3,400선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긴 했으나 지수 자체가 급락한 것은 아니었으며, 원화 약세가 곧바로 국내 증시 전반의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항공, 에너지, 식품 업계를 중심으로 비용 부담이 점차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단기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미 연준의 추가 통화정책 결정과 한미 관세 및 투자 협상의 진행 상황을 꼽고 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한 달러 강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과, 한미 간 투자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될 경우 불확실성 해소로 원화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나오고 있다. 외환 당국이 시장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향후 환율 흐름을 가늠할 변수로 지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