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미국 비자 발급 지연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소속을 구주반으로 변경했다.
미국 비자 심사 계속돼 구주반 변경
정 의원은 당초 미국 내 재외공관 등을 감사하는 외통위 미주반 소속이었다. 그러나 해외 국정감사를 사흘 앞둔 8일까지 미국행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유럽을 담당하는 구주반으로 변경했다.
정 의원의 비자는 미국 국무부에서 계속 심사 중인 Review 상태다. 비자 발급 허용이나 불허가 확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며, 미주반 의원 가운데 비자 발급이 보류된 사람은 정 의원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 의원은 8일 저녁 페이스북에 “미주반 소속으로 국감을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미국 비자가 오늘 현재 국무부에서 계속심사중(Review 상태)이라는 보고를 보좌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허용도 불허도 아닌 상태를 더 기다릴 수 없어서 긴급하게 구주반으로 변경 신청을 했다”며 “아직 심사 중이라니 불가피하게 유럽 국감을 가기로 했다”고 적었다. 비자 발급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외통위 관계자는 정 의원의 소속 변경 배경으로, 원래 구주반이던 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 등이 당무 등의 사정으로 유럽 국감에 가지 않기로 한 점을 들었다.
미주반 11일 출국해 미국 등 방문
미주반 일정은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 9박12일이며, 이 기간 의원들은 미국·브라질·콜롬비아·캐나다 등의 재외공관을 찾아 감사를 벌인다. 11일 출국할 예정이며, 미국 현장 국정감사는 오는 12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주미대사관과 주유엔대표부 등을 찾아 감사할 예정이다. 정 의원을 제외한 미주반 의원 6명은 민주당 박성준·맹성규 의원과 국민의힘 송석준 외통위원장·고동진·김건 의원,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다.
이들 6명은 이미 비자를 받았거나,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전자여행허가(ESTA)로 출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이미 2012년 미국을 방문해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2012년 미주 국감에 참석할 때는 단수비자가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2014년에도 국회의원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스티브 쉐벗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 등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의 자택도 방문해 만났다.
정 의원은 “해외 국감을 어디로 가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의정 활동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한동훈 비자 지연 관련 입장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정 의원의 비자 발급 지연과 관련해 “신망 높은 4선 중진인 직전 여당 대표의 비자 발급 지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한미 외교 당국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주기를 희망한다. 당도 계속 챙기겠다”고 했다.
미주반 소속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8일 페이스북에 “미국이 대한민국 집권당인 민주당 직전 당 대표의 국감을 위한 미국 입국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비자는 당시 허용이나 불허가 확정 없이 계속 심사 중이었다.
한 의원은 “이종석 국정원장 사태, 국정원 화이트 요원 사태에 이어 미국이 이재명 정부에 보내는 심각한 공개적 불신의 시그널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013년에도 미주반서 구주반으로 변경
2013년 10월, 당시 재선 의원이던 정 의원은 외통위 미주반으로 편성됐지만 미국행 비자가 나오지 않아 같은 일을 겪었다. 정 의원은 10월 1일 비자를 신청했지만 출국 예정일인 10월 16일을 닷새 앞둔 10월 11일까지 발급받지 못했다.
정 의원은 당시 “당초 해외 국정감사반 중 미주반으로 편성돼 지난 (10월) 1일 미국 비자를 신청했지만 16일 출국일을 닷새 앞둔 11일까지도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외통위 행정실로부터 미국 비자가 국감이 지나서야 나올 것 같다는 설명을 듣고 급박하게 구주반(유럽)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빠진 미주반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대신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대학생 시절인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에 관여한 이력 때문에 비자 발급이 보류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의원은 당시 “미국 비자 발급과 관련해 미국의 불친절하고 고압적인 태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외교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라고 주장했다. 또 “외교부의 소극적이고 비협조적 자세가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일각에서 제가 1989년 미국 대사관 점거농성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 사안이 문제가 됐다면 작년(2012년)에도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어야 정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7일 정 의원은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