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 캠프마켓과 그 주변 땅속에 일제가 남긴 지하시설의 사진이 8일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감에서 처음 공개된 지하시설
사진을 공개한 사람은 인천 부평구갑이 지역구인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노 의원은 캠프마켓뿐 아니라 부영공원·함봉산 지하에서도 일제가 만든 시설물이 여럿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제가 파 놓은 수십 개의 군용 동굴과 다양한 지하 시설물이 발견된 경우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된 자료는 이 시설들을 일본군 조병창에 딸린 부속시설로 추정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캠프마켓 D구역의 원형 돔 구조물이다. 가운데에 기둥을 세운 형태로, 처음 발견됐을 때 내부가 물에 잠겨 있어 양수 펌프로 물을 빼낸 다음에야 안을 살필 수 있었다. 출입구는 2개였고, 그중 하나는 흙에 묻혀 있었다.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터널형, 아치형 등 다양한 형태의 지하시설물이 발견됐지만 돔 형태는 유일하다”며 “일본군 조병창은 일제가 한반도를 전쟁의 포화 속으로 끌어들인 핵심 시설인 만큼 가치 높은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정혜경 일제전쟁네트워크 대표는 이 돔형 시설이 회의 장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300m 터널과 다층 구조 가능성
지하시설은 돔 구조물 말고도 더 있다. 캠프마켓이 부영공원과 맞닿은 경계 부근에는 약 300m 길이의 지하터널이 있다.
이 터널에서는 더 아래쪽 공간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와, 지하시설이 여러 층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육중한 철문이 발견된 시설 입구도 있었다.
암반을 파서 만든 토굴과 콘크리트 구조물도 나왔다. 노 의원에 따르면 가장 깊은 것은 지하 200m 정도 지점에 있다.
2022년부터 조사하고도 공개되지 않은 결과
이 시설들은 인천시가 2022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진행한 ‘캠프마켓 및 주변지역 지하시설물 조사 용역’에서 이미 드러나 있었다. 노 의원은 “지하시설물은 지난 2022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인천시가 실시한 조사에서 확인됐지만 인천시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국방부나 국가유산청 같은 관계기관과도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나누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산청과는 사진 일부를 주고받는 데 그쳤고, 후속 추가 조사도 없었다.
정혜경 대표는 “돔 형태를 포함해 캠프마켓 인근에서 발견된 지하시설물 전반에 대해 그 용도와 역사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후 2년이 지나도록 추가 조사가 없었던 만큼 지금이라도 신속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환 미군기지의 활용 문제도 관심
부평구 산곡동에 있는 반환 미군부지 캠프마켓은 1939년 조선총독부가 세운 일본 제국 육군 조병창 터다. 1945년 8월부터 1973년 6월까지는 주한미군 복합 군사기지의 일부로 쓰였다.
2019년 12월 11일 대한민국에 공식 반환된 뒤 지금은 부평구청이 소유·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노 의원은 “부평 캠프마켓 주변 지하시설물의 가치는 개별 유산이 아니라 지구 단위로 산정해야 한다”며 “각각의 지하시설물을 하나의 면(面)으로 묶을 때 문화관광적·상업적 가치는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캠프마켓 일대를 근현대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해 활용하고 공원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평가되도록 국가유산청이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근대 유산으로 유지할 수 있게 정밀 조사를 하든지 해서 그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허 청장은 근현대문화유산을 역사·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박물관·도서관·카페 같은 상업적 용도로도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