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상시 배치 항모, 중동 전선 투입 준비
13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둔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을 중동으로 이동시켜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교대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이동은 예정된 항모 교대 배치 계획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에 상시 배치된 미국의 유일한 항모가 중동으로 향한다는 점 때문에, 통상적인 전력 순환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조지 워싱턴함은 미국 해군의 여섯 번째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다. 길이 333m, 폭 76.8m에 비행갑판 면적은 축구장 3개 규모이며 승조원은 약 6천 명이다.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C와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해상작전헬기 등 항공기 약 80대를 운용할 수 있다. 단순히 대형 함정 한 척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전력과 조기경보·해상작전 능력을 결합한 해상 기동기지가 전구를 바꾸는 셈이다.
핵심은 워싱턴함의 출발점이다. 이 항모는 미국 본토가 아니라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아 인도·태평양, 특히 동아시아에 지속적으로 배치돼 왔다. 따라서 중동 파견이 현실화하면 미국은 이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다른 전략 지역의 상시 전력을 활용하게 된다. 이는 전쟁이 해군 전력의 운용 순서와 지역별 배치 균형까지 흔들 만큼 길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분석된다.
9개월 임무가 드러낸 링컨함의 한계
워싱턴함의 이동 준비는 링컨함이 처한 비정상적으로 긴 임무 환경과 맞물려 있다. 링컨함은 승조원 약 5천 명을 태우고 지난해 11월 21일 미국 샌디에이고 모항을 출항했다. 중동으로 이동하던 중 지난해 12월 괌에 한 차례 기항한 뒤, 올해 7월 7일 오만에 잠시 들를 때까지 208일 연속 바다에 머물렀다. 전체 배치 기간은 9개월에 이르렀으며, 208일 연속 해상 임무는 현대 해군사에서 전례가 없는 장기 기록으로 전해졌다.
장기 배치는 함정의 작전 지속 능력만이 아니라 승조원의 생활과 정신건강 문제를 미국 정치권의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링컨함에서는 투신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승조원 가족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배치된 미군 장병과 가족 사이에서도 우려가 확산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해군장관 대행에게 서한을 보내 함내 생활 여건에 관한 답변을 요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링컨함의 환경과 승조원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대해 “완전한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정부의 부인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작전 기간 자체가 통상적인 긴장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항모는 막대한 전투력을 보유하지만 그 능력은 수천 명의 인력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만 유지된다. 이번 논쟁은 전력의 규모와 실제 지속 가능성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을 드러낸다.
중동과 인도·태평양 사이의 전략적 선택
링컨함을 워싱턴함으로 교체하면 미국은 중동에서 항모 전력을 이어갈 수 있다. 동시에 인도·태평양에서는 상시 배치 항모가 자리를 비우는 문제가 생긴다. 워싱턴함은 특정 지역에 머무는 전투함을 넘어,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즉각적인 항공작전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상징적 자산이다. 이 함정을 중동으로 돌린다는 것은 현재 미국이 이란 전쟁의 지속에 상당한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동이 곧 인도·태평양 전력의 전면적인 공백을 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제공된 배치 구조만 놓고 보면, 미국은 한정된 항모 전력을 여러 전략 지역에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한 지역의 장기전이 다른 지역의 억제 태세와 작전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전력 배분 문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워싱턴함의 중동 이동은 미국이 대중 견제와 이란 전쟁 수행이라는 두 과제를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관리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된다.
특히 이번 교대는 새로운 항모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전력을 다른 전구에서 옮겨오는 방식이다. 이는 중동 임무가 일시적인 증원 단계를 넘어 지속적인 교대 체계를 필요로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링컨함의 임무 종료가 전쟁 부담의 감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담을 워싱턴함과 약 6천 명의 승조원에게 넘기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모 교대가 보여주는 장기전의 비용
항공모함은 국가의 군사력과 정치적 의지를 동시에 드러내는 수단이지만, 무기 체계의 성능만으로 무기한 운용할 수는 없다. 링컨함의 9개월 배치와 208일 연속 해상 체류는 장기전의 비용이 함재기 출격이나 함정 유지뿐 아니라 승조원의 피로, 가족과의 분리, 지휘 책임, 정치적 설명 의무로 확장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상원의 문제 제기와 국방장관의 반박이 충돌한 것도 작전 성과와 인적 부담을 둘러싼 평가가 크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링컨함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쟁을 계속 수행하려면 새로운 함정을 투입해야 하지만, 그 선택은 다른 지역의 군사적 우선순위와 장병 복지 문제를 동시에 불러온다. 워싱턴함의 실제 이동 과정과 대체 전력 운용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상충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판단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항모 교대 준비가 세계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한 지역의 장기전이 그 전선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대륙의 군사 배치와 수천 명의 삶, 미국 국내정치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함의 항로는 이란 전쟁의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미국이 복수의 전략 지역에서 영향력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지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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