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따르면 2026년 7월 31일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2027년 첫 한국 방문을 계기로 비무장지대(DMZ)를 찾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내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 최대 규모의 청년 행사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성사되면 역대 교황 가운데 네 번째 방한이다.
이번 소식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적 종교 행사의 의미가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평화라는 주제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비무장지대 방문이나 북한 방문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유 추기경이 전한 내용은 교황이 가능한 역할을 맡을 의향을 보였고, 비무장지대 방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단계다. 한국을 찾을 세계 청년들에게도 서울의 대규모 국제행사와 한반도의 역사적 현장이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서울에 모이는 세계 청년, 방한의 중심 무대
레오 14세 교황의 첫 방한 목적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참석이다. 이 행사는 세계 각국의 가톨릭 청년들이 한 도시에 모이는 국제 행사로, 비가톨릭 국가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은 단순한 개최지를 넘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청년들이 만나는 공간이 된다. 교황의 방문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수도가 세계 종교·청년 교류의 중심 무대로 조명받게 되는 구조다.
한국 여행의 관점에서도 이 행사는 서울을 이해하는 새로운 계기를 제시한다. 참가자와 방문객은 대회의 종교적 의미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도시와 분단의 경계가 가까이 공존하는 한국의 독특한 공간성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교황의 메시지가 평화와 대화에 무게를 둘 경우, 서울 방문은 행사 참석을 넘어 오늘의 한반도를 직접 바라보는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분석된다.
비무장지대 검토에 담긴 평화의 상징성
비무장지대 방문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에게 방한 계기 비무장지대 방문과 북한 방문 추진을 요청한 데서 구체화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이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런 역할이 주어지면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확정된 일정의 공개라기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교황의 의중을 전달한 발언으로 읽어야 한다.
비무장지대는 남북을 가르는 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소다. 유 추기경은 남북이 철책으로 155마일, 약 249킬로미터에 걸쳐 갈라져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인간 띠를 만드는 장면을 제안했던 일도 소개했다. 실제 행사나 동선으로 결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세계청년대회의 주체인 청년과 한반도 평화의 상징을 연결하려는 구상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가 국경과 갈등을 넘어 연대의 의미를 전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은 더욱 신중하게 봐야 한다. 유 추기경은 각국의 교황 대사 등을 통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 방북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이 북한과 가까운 국가를 통해 역할을 요청하는 방법도 언급했지만, 현재 확인된 것은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수준이다. 비무장지대 방문과 방북을 하나의 확정된 일정처럼 받아들이기보다, 대화의 문을 넓히기 위한 여러 경로가 논의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인 추기경이 잇는 바티칸과 한반도
이번 메시지를 전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장관이다. 그는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된 뒤 5년째 바티칸에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과 지난해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을 가까이에서 보필해 왔다. 2022년에는 한국인으로서 네 번째 추기경에 서임됐다. 과거 천주교의 대북 지원 과정에서 북한을 네 차례 방문한 경험도 있어, 바티칸과 한반도를 잇는 인물로 주목된다.
KBS 인터뷰에서 유 추기경은 닫힌 문을 두드려 작은 문을 넓히고, 작은 길이 생기면 그 길을 넓힐 수 있다는 취지로 대화 복원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 표현은 교황 방한의 의미가 한 번의 상징적 방문에 머물지 않고, 단절된 관계에 조심스럽게 접점을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 청년들이 서울에 모이고 교황이 한국을 찾는 장면은 종교 행사를 넘어 평화를 향한 국제적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여행자에게 이번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7년의 한국은 서울이라는 역동적인 도시, 세계 청년들의 만남, 그리고 비무장지대가 상징하는 분단과 평화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동선을 앞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레오 14세 교황의 첫 방한은 세계가 한국을 여행지이자 대화와 연대의 무대로 다시 바라보게 할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