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이 원장은 “대부분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역할도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하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점이 미흡한지도 구체적으로 열거됐다. CEO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지 않은 사례, 후보를 압축하는 단계마다 최소 검증기간을 아예 정해 두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상시후보군을 형식적으로만 관리하는 관행, 후보군을 좁히고 검증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도 함께 문제로 지목됐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지주 자추위가 자회사 CEO 상시후보군 현황을 공유하거나 은행 임추위에 추천권을 준 곳은 일부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계파·친소관계 배제 주문
이 원장은 “향후 후보군 선정, 검증 및 평가, 기록 등 일련의 CEO 승계절차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1월부터 굴려온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거론하면서는 “CEO 선임이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 등에 기반해 폐쇄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다양한 개선방안이 논의돼왔다”고 소개했고, “금융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승계 절차를 운영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CEO 승계가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지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연말 계열사 CEO 54명 임기 만료
이런 메시지가 나온 배경에는 인사철이 있다. KB금융지주를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 회장 교체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고, 계열사 경영승계 절차는 이제 본격화하는 단계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연임 전망이 우세하던 양종희 현 회장이 아니라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이 추천돼 금융권에서는 이변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여기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장을 포함해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주요 금융그룹 계열사 CEO가 54명에 이른다. 지주사별로는 KB금융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 농협금융 7명이다.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지연
정작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발표 시점도, 담길 내용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3연임을 법으로 막는 대신 주주총회 의결요건을 강화하는 등 다른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개선안이 늦어지는 사이 자회사 CEO 인사 일정이 돌아오자 이 원장이 승계 과정의 공정성을 다시 환기하려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23일에는 이 원장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조찬간담회가 예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5대 금융지주 회장 등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교체가 결정된 양종희 회장이 자리에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승계 관련 발언 직후 이뤄지는 회동인 만큼 공정성·투명성 당부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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