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시작된 아시안게임 4연패 도전
1일 충청남도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 모인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향한 첫 훈련에 돌입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목표는 단 하나, 금메달이다.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이번에는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회 4연패에 도전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감독은 순탄하지 않았던 준비 과정과 시행착오를 “큰 보약”으로 표현하며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대표팀이 짊어진 무게는 단순히 아시안게임 한 대회의 성적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막을 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뒤 치르는 첫 주요 국제무대라는 점에서 명예 회복의 의미까지 더해졌다. 이 감독은 비장함을 앞세우기보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방향을 믿고 정상만 바라보겠다고 강조했다. 상대 전력에 끌려가기보다 한국이 준비한 축구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조별리그부터 경기력으로 우려를 지우겠다는 정면 승부 선언이기도 하다.
부진을 숨기지 않고 ‘보약’으로 바꾼다
환호를 기대하는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민성호는 지난 1월 아시안게임 전초전으로 평가된 U-23 아시안컵에서 4강에 올랐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조별리그에서 이란, 레바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힘겹게 8강에 진출했고, 준결승에서는 두 살 어린 연령대로 구성된 일본에 0-1로 패했다. 결과만 보면 준결승 진출이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당연한 목표로 받아들이는 한국 축구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소집이 전력을 재정비하는 자리를 넘어 신뢰를 다시 쌓는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이 감독은 당시까지의 과정을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를 가려내는 단계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완전체로 조직력을 점검한 경기가 없었다는 한계도 짚었다. 이는 부진을 외면하는 해명이 아니라,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분명히 확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토너먼트에서는 한 번의 판단과 한 장면이 승부를 바꾼다.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답답한 흐름과 일본전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선수 구성의 완성도를 실제 경기 호흡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 감독이 “보약”을 거듭 강조한 배경에는 실패의 기억을 전술과 조직력의 개선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내파 14명부터 구슬땀, 완전체의 시간은 짧다
첫 훈련에는 최종 명단 23명 가운데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뛰는 국내파 14명이 먼저 참가했다. 선수들은 가벼운 조깅과 스트레칭, 왕복 달리기, 볼 돌리기 등을 소화하며 몸 상태와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배준호, 양민혁, 김지수 등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일본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공격의 핵심 자원들이 모두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훈련인 만큼, 국내파 선수들이 먼저 전술의 틀과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맡는다. 짧은 준비 기간에 서로의 움직임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분석된다.
대표팀의 경험 축도 눈에 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소화한 이기혁은 23세를 넘는 선수를 선발하는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훈련장의 맏형 역할을 맡았다. 월드컵에 훈련 파트너로 동행했던 강상윤은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주축 미드필더로 나선다. 강상윤은 앞선 3연패가 대한민국 축구의 강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부담보다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큰 대회의 준비 과정을 가까이서 경험한 선수와 유럽 및 K리그에서 경쟁해 온 유망주들이 하나의 팀으로 결합한다는 점은 이민성호가 기대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강상윤이 제시한 자신의 역할은 공수 균형을 맞추고 동료들이 경기를 수월하게 풀도록 돕는 것이다. 화려한 개인 장면만큼이나 중원에서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조절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3개국으로 구성된 D조에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한다. 4개 팀씩 편성된 다른 조보다 조별리그를 한 경기 덜 치르지만, 각 조 1·2위만 8강에 오르는 구조여서 매 경기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강상윤이 첫 경기부터 모든 것을 쏟겠다고 강조한 것도 초반 결과가 토너먼트 진출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메달 이상의 의미,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 시험대
이번 대표팀에는 성적과 성장이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이미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우승 시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대회 특성상 핵심 유망주들을 대거 불러 최정예 전력을 구축했다. 따라서 4연패 도전은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대표팀 구성 단계부터 명확하게 설정된 목표다. 동시에 U-23 대표팀의 여러 선수는 한국 축구의 다음 세대를 이끌 후보들이다. 이들이 강한 압박 속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토너먼트의 긴장을 견디는 과정은 장기적인 대표팀 경쟁력과도 연결된다고 평가된다.
관건은 이름값이 아니라 완성도다. 이 감독이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준비해 왔다고 설명하면서도 상대보다 “우리만의 축구”를 강조한 것은 그래서 주목된다. 유럽파와 국내파, 와일드카드가 한꺼번에 섞인 팀은 개인 능력만으로도 기대를 모을 수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압박 방향과 패스 속도, 공수 전환의 기준을 공유하지 못하면 강점을 온전히 살리기 어렵다. 지난 U-23 아시안컵에서 확인한 시행착오를 실제 변화로 증명하는 순간, 우려는 거대한 환호로 바뀔 수 있다.
이민성호의 출발점은 화려한 승리 장면이 아니라 천안 훈련장의 구호와 가벼운 볼 돌리기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시안게임 4연패, 월드컵 이후의 명예 회복, 한국 축구 차세대 주자들의 성장이라는 거대한 이야기가 겹쳐 있다. 과거 세 차례 연속 정상에 오른 기록은 자부심인 동시에 이번 세대가 넘어야 할 기준이다. 한국 밖의 축구 팬들에게도 이번 도전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 무대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과 K리그 유망주들이 하나로 뭉쳐 아시아 최강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대단한 승부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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