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의 후속 조치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범위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초고가·비거주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여 매물을 유도하면서, 세입자가 살고 있어 집을 팔기 어려운 집주인에게는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9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부동산 세제가 개편되면 초고가·비거주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커지지만, 세입자가 거주 중인 집은 실거주할 매수자를 구하기 어려워 매각이 막힐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차관이 밝힌 준비 배경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지난 6일 청와대 유튜브 프로그램 ‘팩트방앗간’에서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고 했더니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실거주자를 찾기 어렵고, 세입자가 살고 있어 팔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며 “추가로 실거주 의무 유예를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갭투자 차단을 위해 도입된 2년 실거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사려면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상 허가 후 4개월 안에 입주하고 취득일부터 2년간 직접 거주해야 한다. 정부가 2020년 서울 강남·송파 주요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아파트 거래에도 2년 실거주 요건이 본격 적용됐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연말 허가 신청 기한 연장이 거론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지난 5월 12일 당시 세입자가 거주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을 무주택자가 사면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다. 유예를 받으려면 매수자가 5월 12일부터 주택 취득 때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고 허가일부터 4개월 안에 취득과 등기도 마쳐야 한다.
입주 유예는 당시 임대차계약의 최초 종료일까지이며,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입주해야 한다. 이후 2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의무는 유지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우선 올해 말로 정해진 토지거래허가 신청 기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028년 5월로 정한 최종 입주 기한까지 늦출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두 차례 넓힌 예외, 세 번째 손질
정부는 올해 토허제 실거주 의무의 예외 범위를 두 차례 확대했다. 지난 2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임대 중인 다주택자의 집을 무주택자가 사는 경우 입주를 미뤄줬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5월에는 매도인의 주택 수와 관계없이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유예 대상을 넓혔다.
매물은 늘어도 거래 효과는 미지수
실거주 의무 유예가 확대되면 세입자가 있는 집도 매각할 수 있어 기존 주택의 매물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보유세를 강화해 매각을 유도하면서 토허제가 거래를 가로막는 정책 간 충돌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실제 거래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거래량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신뢰를 묻는 목소리
정책의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가 갭투자 차단과 실거주 중심의 거래 질서를 강조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예외를 반복해서 확대하면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주택을 처분한 다주택자 A씨는 “이사비와 퇴거 위로금을 지급해 세입자를 내보낸 뒤 집을 팔았다”며 “실거주 유예 정책이 계속 바뀌면 정부 발표를 믿고 매매·임대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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