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시즌 KBO리그와 K리그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통업계와 프로스포츠 구단 간 협업이 실제 상품과 매장으로 잇따라 구체화되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KBO 10개 구단 엠블럼을 담은 과자 콜라보 제품을 내놓고, GS25는 잠실야구장 인근 매장을 LG트윈스 특화 매장으로 꾸몄으며, 세븐일레븐은 KBO 공식 컬렉션 카드를 출시했다. 축구에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캐릭터 브랜드와 손잡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경기장 밖 소비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편의점과 식품업계, 구단 로고를 상품에 담다
롯데웰푸드는 2026 신한 SOL KBO 리그 공식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빼빼로, 자일리톨, 꼬깔콘 등 자사 대표 브랜드에 10개 구단의 엠블럼과 마스코트, 유니폼 디자인을 반영한 콜라보 제품을 출시했다. 오리지널 빼빼로에는 구단별 엠블럼을, 아몬드 빼빼로에는 마스코트와 워드마크를, 크런키에는 마스코트를, 초코필드와 화이트쿠키에는 각각 원정·홈 유니폼 디자인을 새겼다. 자일리톨은 오리지널 용기에 구단 엠블럼을, 알파 용기에는 마스코트를 적용했고, 꼬깔콘 매콤달콤한맛 패키지에는 10개 구단 심볼을 모두 담았다. 4월 13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된 빼빼로 사전예약에는 구매자가 몰리면서 준비한 4천 세트가 조기에 모두 판매됐다.
세븐일레븐은 대원미디어와 협업해 5월 20일 전국 점포에 2026 KBO 오피셜 컬렉션 카드를 출시했다. 1팩(3매)당 1000원에 판매되며 노멀, 알파벳, 홀로, 승리부적 등 네 가지 카드 종류로 구성되고 희귀 아이템으로는 친필 사인 카드도 포함됐다. 각 구단 인기 선수뿐 아니라 이대호, 오승환 등 영구결번급 레전드 선수부터 신인 선수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췄으며, 6월 10일에는 롯데, LG, 삼성 등 구단별 디자인의 KBO 바인더북도 추가로 선보였다.
구장 앞 특화 매장부터 캐릭터 팝업스토어까지
GS25는 LG트윈스 홈구장인 잠실야구장 인근 잠실타워점을 GS25×LG트윈스 컨셉스토어로 새단장했다. 매장 외관은 LG트윈스를 상징하는 레드와 블랙 컬러로 꾸몄고, 선수단 락커룸을 연상시키는 내부 공간에는 레플리카 유니폼과 유광점퍼, 응원 타월, 공식 응원봉, 리유저블백, 트윈스프렌즈 캐릭터 굿즈 등 30여 종의 상품을 갖췄다. 매장 안에는 구단의 통합우승 역사를 소개하는 포스터와 경기 영상을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도 설치됐다.
축구 쪽에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산리오코리아, 쿠팡플레이와 함께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열흘간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서 2026 K리그×산리오 썸머캠프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산리오캐릭터즈가 팀 K리그 선수단으로 변신해 전지훈련에 나서는 콘셉트로 기획됐으며, 유니폼과 트레이닝복, 로고 티셔츠 등 의류와 커스텀 인형 키링 세트, 투명 파우치, 짐색 등 총 26종의 한정판 상품을 선보였다. 매일 선착순 500명에게는 전국 K리그 경기장을 방문하며 스탬프를 모을 수 있는 한정판 패스포트를 증정했다.
‘직관 소비’가 커지는 구조, 경기장 안팎의 소비 사슬
한국 스포츠 시장에서 오래도록 핵심 수입원은 중계권, 입장권, 스폰서십으로 정리돼 왔다. 하지만 최근 사례들이 보여주듯 경기장에 오기 전부터 귀가 이후까지 이어지는 소비 동선 전체가 중요해지고 있다. 편의점 특화 매장, 콜라보 과자, 컬렉션 카드, 팝업스토어까지 여러 접점에 브랜드가 자리 잡으면서, 구단 입장에서도 입장권과 전통적 스폰서십 외에 현장 판매와 협업 상품,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 새로운 수익원을 키울 기회가 생기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팬이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경험 소비자라는 점이다. 팀 색상 패키지, 한정판 로고, 선수 협업 상품, 현장 전용 이벤트는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높아도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롯데웰푸드 빼빼로 사전예약 조기 완판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은 마스코트와 체험형 부스에 반응하고, 젊은 팬층은 SNS 공유 요소와 캐릭터·선수 연계 상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야구와 축구, 같은 스포츠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이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같은 스포츠라도 팬이 현장을 찾는 이유와 반응하는 지점이 다르다. 야구는 응원 문화, 동행 경험, 먹거리 소비, 긴 체류 시간과 잘 맞아떨어진다. 롯데웰푸드의 구단별 과자 콜라보나 GS25의 구장 인근 특화 매장, 세븐일레븐의 컬렉션 카드처럼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식품·유통 채널과의 결합이 두드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축구는 경기 집중도가 높고 흐름이 끊기지 않아 현장 체험이 경기 전후와 하프타임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대신 지역 연고 의식과 서포터 문화의 밀도가 높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캐릭터 브랜드, OTT 플랫폼과 손잡고 대형 팝업스토어를 여는 방식을 택한 것도, 단순한 제품 판매보다 콘텐츠·경험 결합형 접근이 축구 팬층에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구단에는 기회이자 시험대, 사업모델을 바꿀 수 있을까
유통업계의 적극적인 진입은 구단에 분명한 기회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다수는 여전히 모기업 지원이나 제한적인 티켓 수입 의존도가 높다. 현장 소비와 협업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입장권 외 수익원을 넓히고, 그 수익을 선수단 투자, 팬 서비스 개선, 경기장 환경 보완으로 돌릴 수 있다.
다만 모든 구단이 같은 조건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번 사례들에서도 확인되듯 인기 구단과 대도시 연고 구단은 팬덤 규모, 접근성, 상권 결합 측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관중 규모가 작은 구단이나 상업 시설이 제한된 경기장은 같은 형태의 협업을 추진해도 구매 전환 효과가 낮을 수 있다. 스포츠 마케팅 확대가 구단 간 수익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팬 경험은 좋아지지만, 상업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기업의 진입이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먹거리와 편의 서비스가 늘고, 굿즈 선택지가 넓어지며, 경기장을 찾는 이유가 승패를 넘어 가족 나들이와 지역 축제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 신규 팬 유입에도 이런 변화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상업화가 깊어질수록 부작용도 뒤따를 수 있다. 한정판 상품과 콜라보 굿즈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조기 품절이 반복되면, 원하는 팬이 정작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좌석 등급이나 굿즈 구매력에 따른 경험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장 경험이 지나치게 브랜드 중심으로 설계되면 스포츠 자체의 몰입이 약해진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무엇을 봐야 하나, 한국 스포츠 산업 성숙도의 시험
지금의 변화는 한국 프로스포츠가 관중 수 경쟁에서 팬 경험 경쟁으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롯데웰푸드, GS25, 세븐일레븐, 한국프로축구연맹 등이 보여준 사례들은 유통업계와 스포츠 구단의 협업이 더 이상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례화된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진입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느냐다. 팬의 동선을 이해하고, 종목별 차이를 반영하며, 구단과 지역 상권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스포츠 현장 소비는 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구단은 협업을 단기 현금 수입으로만 보지 말고 팬 데이터와 자체 브랜드 자산을 쌓는 방향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업도 팬을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대할 때 더 오래 남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야구장과 축구장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는 현상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산업 전체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스포츠의 다음 단계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오래 지속되는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