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비롯한 국내 스포츠계가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 시간을 조정하고 나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시작 시간을 최대 1시간까지 늦출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1과 K리그2 경기의 킥오프 시간을 저녁 시간대로 일괄 변경했다. 폭염특보가 지속되는 지역에서는 실제로 경기가 취소되는 사례도 나왔다.
KBO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전국 모든 구장에서 경기 시작 시간을 예정보다 최대 1시간까지 늦출 수 있도록 했다. 각 구장의 경기운영위원과 구단 경기 관리인이 현장 기온과 체감온도를 협의해 시작 시간을 정하는 방식이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는 경기 지연 개시뿐 아니라 취소 여부까지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폭염중대경보는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지는 지역에서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 기준이다.
부산·창원 경기 취소로 이어진 폭염 대응
이 같은 기준에 따라 KBO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취소했다. KBO는 부산과 창원 지역에 전날부터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상태였고, 경기 시작 시각에도 기온이 37도를 웃돌 것으로 예보돼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그라운드 표면 온도가 기온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시작 시간을 늦추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응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K리그1과 K리그2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특정 라운드 경기의 킥오프 시간을 해가 진 이후인 오후 8시로 일괄 조정했다. 이후에도 폭염이 이어지자 수원FC와 울산의 경기, 광주와 강원의 경기, 인천과 성남의 경기, 경남과 서울이랜드의 경기 등 여러 경기의 킥오프 시간이 순차적으로 저녁 시간대로 늦춰졌다. 연맹 측은 그늘막과 급수 시설을 경기장에 추가로 마련하고, 심판진에게도 폭염 상황에서의 쿨링 브레이크 운영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폭염 대응 수칙과 스포츠 현장 적용
기상청과 질병관리청은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가장 무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야외활동과 운동을 자제하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것을 공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물을 자주 마시고,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수칙이다. 이 같은 일반 지침은 프로 스포츠 현장뿐 아니라 학교 체육활동과 생활 체육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냉방장치 운영이 어려운 학교의 경우 단축수업이나 실내 수업 전환을 검토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체육대회나 소풍 등 대규모 야외 행사도 폭염특보 기간에는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스포츠 현장에서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대응도 강조되고 있다. 운동 전후 체중 변화를 확인해 탈수 정도를 점검하고, 헐렁하고 밝은색의 가벼운 옷을 착용하며, 열사병 초기 증상인 두통과 구역질, 어지러움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보건당국이 공통적으로 안내하는 내용이다. 아마추어 스포츠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등산이나 조깅 등 개인 운동을 할 때 혼자보다는 동반자와 함께하고, 충분한 물과 응급용품을 준비하라는 권고가 확산되고 있다.
장기화되는 폭염, 근본 대책 필요성 제기
기상 당국은 이례적인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스포츠계의 안전 대책도 임시방편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 스포츠 단체들은 경기 시작 시간 조정과 취소 기준 마련에 더해 그라운드 냉각 시설 확충, 선수단 컨디션 모니터링 강화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극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경기 단위의 임기응변식 조치를 넘어, 종목별 연맹과 지방자치단체, 보건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폭염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