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27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90억 달러(약 12조원)짜리 컴퓨팅 인프라 확보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까지 세 회사가 함께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팩토리 사업은 이 계약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엔비디아 지분 투자 선결 조건 충족
이번 계약은 엔비디아가 네이버에 전략적으로 지분을 넣기 전에 먼저 갖춰져야 했던 조건이다. 엔비디아는 네이버 보통주를 받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증자 절차는 곧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엔비디아는 네이버 지분 순위 3위 주주가 된다.
이해진 의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2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엔비디아 본사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세 회사가 이 사업을 처음 내놓은 시점은 올해 7월이다. 당시 밝힌 전체 규모는 100억 달러(약 13조3천억원)로, 엔비디아가 10억 달러를 지분으로 투자하고 브룩필드가 최대 90억 달러를 들여 AI 컴퓨팅 인프라를 맡는 구상이었다.
네이버가 이날 낸 문서는 ‘장래사업·경영 계획’ 정정공시다. 6월 8일 공시 때는 브룩필드와 인프라 확보 방식을 아직 협의하던 단계였고, 이번에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대규모 인프라에 들어갈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이로써 줄었다.
애셋코 중심의 3사 역할 분담
인프라 확보는 별도 법인이 담당한다. 브룩필드 AI 인프라 펀드 측 투자목적회사가 전액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V) ‘애셋코(Asset Co·가칭)’를 세우고, 이 법인이 최대 90억 달러를 들여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를 갖춘다.
AI 팩토리 운영은 네이버클라우드 몫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애셋코의 GPU 자원을 서비스 형태(GPUaaS)로 공급받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AI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내놓는다. 출자는 브룩필드 쪽이 모두 하지만,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네이버가 애셋코를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돼 애셋코는 네이버 종속회사에 포함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부지를 찾고 짓고 운영하는 일은 네이버가 이끈다. 자체 GPU 클러스터를 구축·운영해 온 역량과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본 경험이 바탕이다. 엔비디아는 GPU를 공급하고,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 DSX 등을 앞세워 기술 협력을 맡는다. 두 회사는 DSX를 들여와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과 사업성을 함께 끌어올리기로 했다. 브룩필드는 인프라 투자에 쓸 자금 조달을 책임진다.
브룩필드는 운용 자산이 1조 달러를 넘는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다. 인텔과는 반도체 공장 합작법인을 세웠고, 마이크로소프트와는 AI 인프라에 쓸 재생에너지 개발에서 손잡은 경험이 있다.
사용료 구조와 지급보증
네이버클라우드가 내는 사용료는 사업 매출에 연동된다. 네이버는 이런 방식이라면 초기 재무 부담을 다스리면서 운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의 사용료 지급 의무를 최대 8년 동안 보증하기로 했다. 네이버 설명에 따르면 이 보증은 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신뢰를 주기 위한 장치이며, 보증한다는 사실만으로 돈이 실제로 나가거나 비용이 생기지는 않는다.
네이버는 이런 역할 분담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GPU를 사는 데 드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직접 부담하는 대신 AI 인프라 운영과 고객 확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부 자본을 활용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검색·광고·커머스 등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AI 인프라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19일 낸 보고서에서 네이버 AI 팩토리를 “외부 자본을 활용해 직접 설비투자를 분담하면서, 고객 확보와 운영을 통한 수익화에 집중하는 방식”이라고 평했다. 대규모 장비 설비투자(CapEx)를 스스로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들과 다르고, 그 덕에 재무 부담이 최소화됐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는 과잉 투자와 재무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불거진 상태다. AI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 코어위브는 설비투자 자금 마련 부담이 부각되며 회사채 금리가 한때 15%에 이르렀다. 돈을 대거 빌려 AI 인프라를 짓는 사업 모델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계별 구축 일정과 남은 과제
잠정 계획상 첫 가동은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다. 같은 해 연말 누적 100MW, 2028년 누적 200MW로 규모를 키우고, 길게는 기가와트(GW)급까지 인프라를 늘린다는 목표다.
출발점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다. 네이버는 이곳을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한 뒤 유럽, 중동 등 세계 각지로 사업 무대를 넓힐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으로 AI 팩토리 운영에서 나오는 새 수익원을 마련하고, 엔비디아와 손잡아 최신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며 앞으로의 협업 기회도 찾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이 같은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재무적 안정성과 사업 확장성을 함께 확보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AI 컴퓨팅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글로벌 AI 인프라 리딩 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익성은 AI 컴퓨팅 수요와 고객을 실제로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안정된 매출 기반을 다지는 일이 숙제로 꼽힌다. 해외 부지 확보와 나라별 인허가 같은 규제 불확실성, 전력 인프라 확보가 늦어질 가능성, 글로벌 AI 인프라 수급 변동도 사업을 가로막을 수 있는 요인이다. 네이버 측은 “세부 계약 협의 과정에서 조건 변경 또는 일정 지연 가능성도 있다”며 “요인 발생 시 단계별 일정 및 투자 규모 조정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