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르무즈 위기 속 미국산 원유·LNG 수입 1년 만에 재개 모색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중단했던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약 1년 만에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아시아)은 시장조사업체 케플러(Kepler)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들이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항에서 다음 달 하루 평균 약 6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선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매체는 중국이 이달 중 미국산 LNG도 약 30만톤 선적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MBC 등 국내 언론은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원유·LNG 수입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수입 재개가 실제로 성사되면 원유는 지난해 2월, LNG는 202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 미국산 에너지가 유입되는 것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오는 5월 14일부터 1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왜 지금 재개 움직임이 나오나
직접적 계기는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다.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이 위축되면서 아시아 각국의 연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태국은 지난 3월 6일 연료 수출을 일시 중단했으며 중국도 3월 11일 휘발유·경유 수출을 중단하는 등 역내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조달처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사실상 끊겼던 미국산 원유·LNG가 다시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반발해 2025년 초 미국산 LNG 수입을 중단했고, 원유 역시 지난해 2월 이후 사실상 도입을 멈춘 상태였다. 이번 재개 움직임은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미국 매체 세마포는 이를 베이징의 상당한 양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계산과 미국이 기대하는 효과
중국 입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산 원유 조달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러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기존 공급선이 있더라도 해상 물류 차질이 이어지면 대체 조달 루트 확보가 불가피하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산 원유와 LNG는 중국에 실용적 보완 공급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케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카자흐스탄을 거쳐 러시아산 원유를 중국으로 운송하도록 허용하는 조치의 연장도 함께 논의되고 있어, 에너지를 매개로 한 미중 간 협상 구도가 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수입 재개가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수출 확대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항을 통한 대형 물량 선적이 이뤄지면 미국 에너지 기업은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게 되고, 미국 정부로서도 5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상 협상에서 내세울 성과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대중 압박을 유지하면서 농산물과 에너지처럼 자국 산업계에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는 거래를 이어가는 이원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과 한국에 미칠 영향
중국이 미국산 원유와 LNG를 다시 대규모로 들여오기 시작하면 국제 에너지 시장의 가격과 물량 배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 중 하나인 만큼 구매처 변화만으로도 현물시장 프리미엄과 해상 운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4월 26일에는 호르무즈 대체 항로를 거친 첫 미국산 원유가 일본에 도착했다는 보도도 나와, 아시아 역내 미국산 에너지 유입이 본격화하는 조짐도 감지된다.
한국 역시 원유와 LNG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미국산 구매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아시아 현물시장 경쟁이 심화돼 국내 도입 비용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다. 반대로 미중 간 에너지 거래가 일부 복원되고 미국산 LNG의 아시아 유입 경로가 안정화하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 불안 심리가 완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실제 계약과 정상회담 결과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적 예정 물량이 실제 계약 체결과 인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5월 14~1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분야 합의가 구체화되는지다. 케플러 데이터로 확인된 선적 계획은 시장의 신호일 뿐, 실제 거래 규모와 지속 여부는 가격 조건, 운송 일정, 관세 등 통상 현안,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역할 분담이 맞아떨어져야 확정된다. 향후 시장이 주목할 지점은 중국의 실제 인수 발표 여부, 미국 에너지 기업의 대중 수출 실적 변화, 아시아 LNG 현물가격과 국제유가의 반응, 그리고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추가 합의 여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