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3400억원 시리즈C 투자 유치…기업가치 1조 9000억원 달성
국내 AI 반도체 전문기업 리벨리온이 3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 9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이번 라운드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이 전략적 투자자로 새롭게 합류했으며, 리벨리온이 창업 이후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6400억원으로 늘었다.
Arm 등 7개국 투자자 참여
리벨리온은 2020년 9월 박성현 대표 등 5인의 공동창업자가 설립한 팹리스 반도체 기업으로,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를 설계해 공급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TOM 시리즈는 대규모 언어모델 서비스 단계의 추론 작업에서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전력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클라우드 기업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KT클라우드가 국내 최초로 리벨리온의 ATOM을 상용 인프라에 도입했고, SK텔레콤도 인공지능 서비스 ‘에이닷’의 통화 요약 기능 등에 리벨리온 반도체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리즈C에는 Arm과 함께 포스코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포스코기술투자,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 모빌리티·건설 분야의 HL그룹 등이 참여했다. 투자자 국적도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7개국에 걸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rm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반도체 설계자산 분야의 글로벌 강자가 한국 팹리스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직접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1월 마무리한 시리즈B 라운드 대비 이번 시리즈C에서 기업가치가 약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리벨리온은 앞서 2024년 12월 SK텔레콤의 AI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해 통합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을 인정받아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이번 시리즈C 라운드를 통해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를 약 2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스케일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향 추론 수요 확대가 배경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의 배경으로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반도체 수요 증가를 꼽는다. 대형 언어모델 기반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모델을 학습시키는 트레이닝 단계뿐 아니라, 실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 단계에서도 반도체의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운영사 입장에서는 전력 소비를 얼마나 줄이면서 대규모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어, 추론 전용으로 설계된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리벨리온은 이 시장을 겨냥해 ATOM 시리즈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왔으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차세대 제품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 국내외 대형 고객사 대상 공급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리벨리온 외에도 AI 반도체 분야의 여러 스타트업이 잇따라 대형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팹리스부터 파운드리, 패키징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체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 안정적인 양산 파운드리 확보, 대형 고객사와의 실제 공급 계약 성사 여부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투자 유치 자체보다 실제 양산과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진짜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리벨리온을 비롯한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이번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실질적인 매출과 양산 실적을 통해 성장세를 입증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해외 대형 고객사와의 공급 계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