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 소버린 AI 전략 가속화로 글로벌 빅테크 도전장
네이버클라우드가 2025년 9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버린 AI 전략의 가속화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 모델 개발부터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서비스 적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밝히며, 대규모 자체 서비스와 콘텐츠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이는 해외 빅테크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 고유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도 함께해 각자의 영역에서 인공지능 전략을 설명했다. 최수연 대표는 검색, 쇼핑, 지도 등 네이버의 기존 서비스 전반에 인공지능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이른바 온서비스 AI 전략을 언급하며 2025년을 인공지능 서비스 전면 적용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성낙호 총괄은 멀티모달 모델과 이미지 생성 기술 등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견줄 수 있는 기술력과 인재를 확보했다며 기술적 자신감을 드러냈다.
온서비스 AI 전략으로 서비스 전반에 인공지능 접목
네이버가 제시한 온서비스 AI 전략은 별도의 인공지능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만들기보다, 검색과 쇼핑, 지도, 콘텐츠 등 이용자가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존 서비스 안에 인공지능 기능을 단계적으로 이식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해외 빅테크와의 기술 제휴가 아니라 자체 개발을 통해 핵심 모델과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는 것이 소버린 AI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버린 AI가 지향하는 기술 자립은 핵심 모델과 데이터, 인프라를 국내에서 통제한다는 의미이며, 외부 서비스와의 상호 연동을 확대하는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실제로 네이버클라우드는 인공지능 모델이 외부 애플리케이션이나 데이터와 자유롭게 연결돼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방형 연동 표준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퍼클로바X 업데이트와 외부 연동 확대
네이버의 플래그십 인공지능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는 조만간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이번 업데이트에는 그간 예고돼 온 오디오 기능이 새롭게 탑재될 예정으로, 음성 인식과 음성 생성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원 대표는 국내 대표 인공지능 모델로서의 위상을 다시 다지기 위해 대규모 업데이트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며, 업데이트와 함께 상세한 기술 보고서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또한 앤트로픽이 공개한 개방형 연동 규격인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이른바 MCP를 적극 활용해 하이퍼클로바X와 외부 데이터·도구 간 연결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CP는 인공지능 모델이 별도의 맞춤형 연동 코드를 짜지 않고도 다양한 외부 서비스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방형 프로토콜로, 국내외 여러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이를 채택하면서 업계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다만 국제표준화기구 등이 공식 인증한 국제 표준은 아니며, 앤트로픽이 공개한 프로토콜을 업계가 사실상의 표준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네이버클라우드에 따르면 클로바X 챗봇에 특정 내용을 정리해 노션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해 달라고 요청하면 실제로 해당 서비스와 연결돼 명령을 수행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은 물론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다양한 기기와의 연동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네이버클라우드는 경량 인공지능 모델 3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실제 서비스를 바꾸는 인공지능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경량 추론 모델은 네이버 서비스 곳곳에 투입돼 이용자의 다양한 요청을 처리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2021년 국내 기업 최초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인 뒤, 2023년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며 소버린 AI라는 개념을 국내 업계에 처음으로 제시한 기업으로 꼽힌다. 이번 간담회에서 제시된 온서비스 AI 전략과 경량·오픈소스 모델 확대, 외부 서비스 연동 강화는 그동안 모델 성능 경쟁에 집중돼 있던 소버린 AI 담론을 실제 서비스 적용 단계로 옮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앞으로 공공, 금융, 제조 등 여러 산업 분야로도 자사 인공지능 기술을 확장 적용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한국 IT 업계 전반에서도 인공지능을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전자 기업들은 스마트홈과 가전 분야에서 인공지능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도 초거대 인공지능 관련 과제에 예산을 투입하며 국내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그래픽처리장치, 이른바 GPU 등 핵심 컴퓨팅 인프라 확보 측면에서 여전히 미국 빅테크 대비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네이버클라우드 역시 데이터센터 확충과 GPU 추가 확보를 통해 이 같은 인프라 격차를 좁혀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자체 기술력과 방대한 서비스·콘텐츠 자산을 결합한 차별화 전략이 성과를 낸다면, 해외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형 인공지능 생태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퍼클로바X의 대규모 업데이트와 온서비스 AI 전략의 실제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그리고 이를 통해 네이버가 글로벌 인공지능 경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앞으로 이어질 서비스 공개와 시장 반응을 통해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