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재개방에 미국 조치 선행 요구
9일 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병력 철수와 전쟁 피해 배상, 대이란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전날 국영 매체를 통해 모두 6개 요구 사항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해협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최종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밝혀, 협상 가능성과 압박 메시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번 성명의 핵심은 재개방 여부보다 조치의 순서에 있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병력을 철수하고 전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이란 제재의 우선 해제까지 요구하면서 해협 통항을 단순한 해상 안전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경제 현안을 함께 다루는 협상 카드로 끌어올렸다. 이란이 제시한 6개 요구 가운데 기사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조건은 병력 철수, 피해 배상, 제재 해제다.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실제 개방은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이는 이란이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라, 협상 타결에 필요한 선행 행동의 책임을 미국 쪽에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합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상대방의 양보가 먼저 나와야 한다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제재 해제와 핵 합의 일정을 하나로 묶은 협상
이란이 제재 해제를 우선 조건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기사에 언급된 양해각서가 놓여 있다. 해당 양해각서에는 미국이 최종 핵 합의 일정에 맞춰 대이란 제재를 종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란은 해협을 먼저 개방한 뒤 제재 종료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재개방에 앞서 미국이 제재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이 같은 합의 틀을 놓고도 이행 순서를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행 순서는 외교 협상에서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다. 어느 쪽이 먼저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감수해야 할 위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란은 해협 재개방이라는 조치를 실행하기 전에 미국의 제재 해제를 확인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확인되는 것은 이란의 요구와 조건부 개방 의사이며, 미국이 이를 받아들였거나 양측이 세부 절차에 합의했다는 단계는 아니다.
병력 철수와 전쟁 피해 배상까지 한꺼번에 제시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제재는 경제적 조치이고 병력 철수는 군사적 사안이며 피해 배상은 전쟁 책임과 비용의 문제다. 성격이 다른 요구를 하나의 재개방 조건에 결합함으로써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협상을 포괄적인 정치 협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분석적으로 보면 이는 개별 사안을 따로 타결하기보다 여러 쟁점을 연동해 미국의 선택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란·오만 통항 논의와 미국을 향한 압박
성명은 호르무즈 해협 인접국인 이란과 오만이 통항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나왔다. 해협에 직접 맞닿은 두 나라가 통항 문제를 협의하는 흐름과 이란이 미국에 제시한 정치적 조건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도다. 이란과 오만의 논의가 해상 통항의 구체적 방식을 다룬다면, 미국을 향한 요구는 재개방을 가능하게 할 외교·군사적 환경을 다루는 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통항 방안에 관한 인접국 간 논의가 진전되더라도 미국과의 조건 협상이 풀리지 않으면 실제 재개방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란이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힌 동시에 미국의 태도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적·지역적 논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제재와 병력, 배상 문제에서 미국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이란 측 논리다.
다만 ‘합의 임박’이라는 표현과 ‘요구 충족 전까지 폐쇄’라는 입장은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낸다. 전자는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인상을 주지만, 후자는 핵심 조건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이는 모순이라기보다 협상 국면에서 기대와 경고를 병행하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상대방에는 결단을 촉구하고, 외부에는 이란이 재개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성격이 함께 담겼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재개방 전망을 가를 세 가지 쟁점
향후 상황을 판단할 첫 번째 기준은 미국의 선행 조치 여부다. 이란은 재개방의 책임을 미국의 태도와 연결했지만, 제공된 자료에는 미국의 공식 답변이나 수용 의사가 담겨 있지 않다. 따라서 최종 합의가 실제로 성립할지, 제재 해제와 병력 철수 및 배상 요구가 어떤 순서로 논의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이란의 발표는 합의 완료가 아니라 조건을 공개한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두 번째 기준은 기존 양해각서의 이행 방식이다. 미국의 제재 종료가 최종 핵 합의 일정과 연동돼 있었다면, 이란의 ‘우선 해제’ 요구는 기존 시간표를 앞당기거나 순서를 바꾸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미국이 기존 일정을 고수할 경우 재개방 조건과 핵 합의 일정 사이의 간극이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순서에 관한 절충이 이뤄진다면 이란이 언급한 최종 합의에 접근할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구체적인 절충안은 현재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세 번째 기준은 이란과 오만의 통항 논의가 미국과의 정치 협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다. 두 협의가 병렬적으로 진행되는지, 하나의 최종 합의 안에서 결합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이란이 해협 재개방을 독립된 해상 문제로 다루지 않고 제재, 군사 주둔, 전쟁 피해 배상과 묶었다는 점이다. 세계 독자에게 이번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한 해협의 통항 문제가 미국과 이란의 핵·군사·경제 쟁점을 동시에 시험하는 외교 협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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