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술을 빚으러 찾는 곳은 충남 예산의 한국전통주연구소다. 진은 3년 전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의 소개로 박록담 소장을 알게 된 뒤 술 담그는 법을 배웠고, 군에 입대하기 전부터 가끔 이곳을 찾아온다.
연구소는 예산역에서 산성천길 방향으로 7~8분을 걸으면 만나는 적벽돌 건물에 있다. 과거 잎담배를 보관하고 관리하던 엽연초(葉煙草) 건물이다. 일제 수탈과 전매의 상징이던 공간에 일제에 의해 말살된 가양주 문화를 복원하는 기관이 들어섰다.
박록담 소장은 40년째 제조법을 발굴해왔다
흰색 생활 한복을 입은 박록담 소장은 전통주 이수자 과정 수업을 진행한다. 전통주와 가양주 제조법 발굴과 계승 발전에 40년째 몸담고 있다. 연구소는 박 소장이 1999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으로, 서울 종로 시대를 마감하고 2년 전 예산으로 옮겨왔다.
교육실습장 입구 벽면의 나무 선반에는 200㎖ 크기의 유리병 수백 개가 진열돼 있다. 병에 붙인 한지 위에 이강주, 감홍주, 제비꽃술 같은 술 이름과 제작 날짜가 붓글씨로 적혀 있다. 유리병에 담긴 것은 박 소장이 20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찾아낸 가양주 제조법을 하나씩 되살린 결과다.
가양주는 곡식과 누룩, 물로 빚는 집 술이다
가양주는 말 그대로 집에서 빚는 술로, 곡식과 누룩, 물만으로 발효시켜 숙성한다. 고려시대에 증류법이 도입된 뒤 조선 후기까지 전성기를 이뤘다.
1907년 조선총독부가 주세령을 강제집행하면서 위기를 맞았고, 밀주 형태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일제의 단속과 해방 후 양곡 부족을 거치며 자취를 감췄다.
소줏고리에서 처음 떨어지는 소주는 80도에 이른다
박 소장은 소줏고리로 소주를 내리는 전통 증류 방식을 시연했다. 옹기로 만든 소줏고리는 밑이 뚫린 절구통 모양이다. 밑술인 청주와 물을 섞은 양은 들통 위에 소줏고리를 올리고 가스 불로 가열하자 10여분 뒤 귀때로 소주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귀때는 알코올 증기가 소줏고리 윗부분 냉각수의 찬물에 닿아 액화한 뒤 흘러내리는 관 역할을 한다. 냉각수가 차갑지 않으면 도수가 낮아지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이 언 1.5ℓ들이 페트병 3개를 담아뒀다. 불이 너무 세면 청주에 섞인 물까지 증발해 도수가 낮아진다.
이날 받아 마신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60도였다. 귀때로 처음 떨어지는 소주는 80도까지도 나온다. 소주는 이슬처럼 받아낸다고 해서 노주(露酒), 증기를 액화시킨 술이라고 해서 기주(氣酒), 불로 가열한다고 해서 화주(火酒)로도 불린다.
쌀 8가지 형태와 밀 누룩 80%가 기본이었다
예로부터 쌀은 고두밥, 죽, 인절미, 개떡, 백설기, 구멍떡, 물송편, 범벅 등 8가지 형태로 만들어 전통주를 빚었다. 발효제로 쓰는 누룩은 밀 누룩이 80% 이상이었고 나머지는 보리누룩이었다.
바탕이 되는 술은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섞어 만든다. 여기에 국화를 넣은 것이 국화주, 진달래꽃을 넣은 것이 두견주이며, 송순과 연잎을 쓰면 각각 송순주와 연잎주가 된다. 이런 술이 가향주다. 박 소장은 저서 ‘우리술 103가지’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를 통해 가양주와 가향주를 알리고 있다.
‘세상만사’ 13도와 ‘나비의 꿀단지’ 18도
박 소장이 내놓은 ‘세상만사’는 유기농 찹쌀과 멥쌀, 전통 누룩으로 만든 13도짜리 탁주다. 18도짜리 약주 ‘나비의 꿀단지’는 같은 재료로 만든 증류식 소주에 수십 가지 국내산 야생화 꽃씨를 가미했다.
어떤 꽃씨가 들어갔는지 묻자 박 소장은 답하지 않았다. 박 소장은 계절마다 피는 꽃을 술에 넣어 마시는 나라가 한국 말고는 없다고 말한다.
27년간 3만명이 전통주 교육을 받았다
지난 27년간 박 소장에게 전통주 교육을 받은 사람은 3만명 정도다. 박 소장은 “소맥 문화는, 참….”이라며 맥주와 소주를 타서 물같이 마시고 빨리 취하는 술 문화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전통주 체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소장은 싸구려 술을 들이붓지 말고 좋은 술을 음미하라고 권한다. 좋은 술을 접하면 과음 습관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통주에 곁들일 안주로는 농산물이든 해산물이든 제철 산물이 제격이라고 답했다.
예산시장에는 막걸리 청년의 상점이 있다
예산시장의 전통주 전문 상점 백술상회에는 전국의 전통주와 첨가물이 없는 순수 막걸리가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막걸리 청년’으로 불리는 양조 기업인 박유덕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그는 골목양조장과 백술상회를 함께 꾸리며 예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술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의 가치를 술로 표현한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세계시장에도 내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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