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로봇의 경험을 연결하는 새로운 AI 학습 기술
3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인공지능대학원 주경돈 교수팀이 로봇의 거리 인식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연합학습 기술 ‘페뎁스(FeDepth)’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서로 다른 종류의 로봇이 가진 카메라 학습 결과를 활용해 낯선 환경에서도 더 정확하게 거리를 추정하도록 돕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존 로봇의 깊이 추정 인공지능 모델은 다양한 환경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방식은 통신 비용과 데이터 관리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도 여러 로봇이 공동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연합학습 방식에 주목했다.
로봇 산업에서 카메라는 단순한 촬영 장치를 넘어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핵심 센서로 활용된다. 로봇이 이동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려면 앞에 있는 물체와의 거리, 공간 구조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처리하느냐가 실제 활용성에 영향을 준다. 페뎁스는 이런 인식 과정에서 서로 다른 로봇의 경험을 연결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데이터를 모으지 않고 학습하는 연합학습의 한계 개선
일반적인 연합학습은 각 장치가 보유한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학습 결과만 공유하는 방식이다. 원본 영상이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데이터 보호 측면의 장점이 있지만, 참여하는 기기마다 촬영 환경과 데이터 특성이 크게 다르면 학습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페뎁스는 이 같은 데이터 이질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 ‘소프트 클러스터링’ 방식을 적용했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기존 방식처럼 모든 로봇의 학습 결과를 단순히 평균 내는 것이 아니라, 촬영 영상 특성이 비슷한 로봇끼리 그룹을 구성해 학습 결과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특히 하나의 로봇을 특정 그룹에만 고정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숲을 촬영하는 드론은 산림 환경을 이동하는 사족 보행 로봇과 함께 학습하면서도, 다른 환경을 촬영하는 드론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얻은 정보 중 공통적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는 구조로 분석된다.
거리 추정 오차 17~32% 감소…로봇 활용 영역 확대 기대
연구팀이 세 종류의 깊이 추정 인공지능 모델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페뎁스를 적용했을 때 일반적인 연합학습보다 거리 추정 상대 오차가 약 17∼3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러 그룹에 겹쳐 로봇을 배치하는 방식을 별도로 검증한 실험에서는 기존 군집 연합학습 방식보다 상대 오차가 0.264에서 0.249로 약 6% 감소했다.
이 수치는 로봇 인공지능에서 학습 방식의 차이가 실제 인식 성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봇은 같은 종류라도 사용 장소와 목적에 따라 수집하는 정보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각의 환경 특성을 반영하는 학습 구조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주경돈 교수팀은 페뎁스가 원본 영상을 공유하지 않고도 로봇 종류와 촬영 환경에 따른 데이터 특성을 반영해 공동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자율주행, 물류·배송, 서비스 로봇, 재난 구조, 산림 감시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로봇 AI 경쟁력 보여주는 데이터 활용 기술
이번 기술은 로봇 하드웨어 자체보다 로봇이 경험을 축적하고 활용하는 인공지능 학습 구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로봇이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개별 기기의 성능뿐 아니라 여러 기기가 지식을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방법이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연합학습 기반 기술은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집중시키지 않고도 협력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봇이 공장, 물류 공간, 도시 환경 등 서로 다른 장소에서 활동할 경우 각각의 경험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기술이 산업 확산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인공지능 연구는 대규모 데이터 확보 경쟁을 넘어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UNIST 연구팀의 페뎁스 개발은 다양한 로봇이 함께 배우는 미래형 AI 생태계에서 한국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독자에게 이번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로봇 시대의 핵심이 단순히 더 강한 기계를 만드는 데 있지 않고, 서로 다른 기계가 경험을 공유하며 더 똑똑해지는 인공지능 협력 기술에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