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지시한 한미 연합훈련 축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다만 북한이 실제 대화에 호응할지가 관건이며,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랩슨 전 대사 대리, 대화 재개 제스처 가능성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 “정확한 계기를 알기는 어렵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두 정상이 마지막으로 만난 지 7년이 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에 관심을 표명해왔다면서 “김 위원장이 이에 응답할지와 언제, 어떻게 응답할지가 매우 흥미로운 관전 요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반도 종전을 위한 당사자 간 논의를 촉구한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과도 부합한다면서 “다만 이 대통령과 그의 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촉진하거나 심지어 주도할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혔지만, ‘당사자’가 남·북·미를 의미하는지 등 구체적인 대화 주체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으로서는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며 “2018년(북미 대화)에도 한국의 참여가 당연시됐던 것은 아니며, 이번에도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주변화되거나 아예 배제되더라도 김 위원장은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억지력 영향 두고 평가 엇갈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서면 질의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또 한 차례 정상외교를 추진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아 왔다”며 “그러나 미국은 일관된 외교 전략이 부족하고, 북한은 진지한 외교에 나설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핵심적인 동맹 연합훈련을 약화하기로 한 결정은 김 위원장의 셈법을 바꾸지 못하면서 억지력과 대비 태세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화는 좋지만, 우리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협상해야 한다”며 “약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김 위원장이 보상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마 챈릿-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안보 국장은 언론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그가 첫 임기 때 미완의 과제로 남았던 김 위원장과의 직접 외교로 복귀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영향력을 더욱 강화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 별다른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대화 의지를 변수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적이지 않은 국가’로 묘사한 데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해온 점을 들어 “동맹국들에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랩슨 전 대사 대리는 17∼27일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기에는 시기가 매우 늦었다며 “전반적인 동맹의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연합훈련을 취소·축소한 것을 거론하며 “당시 그 결정이 대비 태세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대북 억지력 약화 우려
일본 정부도 대북 억지력 약화를 우려하며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관계자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한미일의 결속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향상하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도 심화하는 가운데 “위협에의 대항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라고 전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이번 발언이 “(미국의) 대북 전략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김 위원장과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고, 한미 연합연습에 비용이 많이 들며 대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그의 발언이 “해외 방위 면의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 협상 재개를 위한 비장의 카드가 있을 것 같지 않아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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