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6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식민 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까지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이어 가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
질문자는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 의원이었다. 쓰지모토 의원이 다카이치 총리의 예전 발언을 문제 삼자, 총리는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무라야마 담화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예전 생각에서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매일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후 70년 아베 담화와 같이 미래 세대에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런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총리에 오른 뒤인 지난해 11월 7일에도 그는 무라야마 담화를 두고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잇겠다고 공식 언급했다.
과거 발언과 입장 변화
1995년, 당시 신인 의원이던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외무위원회 발언에서 “적어도 나 자신은 (전쟁의) 당사자라고 말할 수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반성 따위는 하고 있지 않으며 반성을 요구받을 이유도 없다”고 했다. 무라야마 담화를 겨냥해서는 “이 분별없는 견해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범죄 국가의 국민’으로 자손을 옭아매게 될 것”이라거나 “침략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강경 우익 성향을 드러내며 담화를 비판하던 그가 총리 취임 뒤 입장을 바꾼 것은 외교적 파장과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야스쿠니 추계 예대제 공물 봉납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는 17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막을 올려 19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다. 다카이치 총리는 첫날 비쭈기나무 화분인 ‘마사카키’를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명의로 바쳤다.
다만 직접 참배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 측 관계자를 인용한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예대제가 끝나는 19일까지 참배를 보류할 방침이다. 교도통신의 해석으로는 한국·중국 등과 외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목적이다.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가 되기 전까지 다카이치 총리는 봄·가을 예대제나 8월 15일(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에 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총재 취임 뒤로는 그달 추계 예대제에도, 총리 취임 뒤 맞은 올해 봄 예대제에도 참배하지 않았다. 올해 8월 15일에는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 대금만 봉납했고, 신사 쪽을 향해 멀리서 절을 올렸다.
무라야마 담화와 야스쿠니 합사자
무라야마 담화는 전후 50년을 맞은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발표했다. 그는 “아시아 사람들에 대해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뜻을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사람은 246만6천명이다. 메이지 유신을 전후한 시기의 내전과 일제가 벌인 전쟁 등에서 숨진 이들로, 도조 히데키 전 총리를 비롯한 태평양전쟁 A급 전범도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인이 참배하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반발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