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경기, 지난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그 승부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0-1로 무너지며 자력 진출의 문을 스스로 닫았다. 승점 3, 조 3위. 28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으로 돌아온 대표팀에게 남은 것은 다른 조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L조, K조, J조에 달린 32강행
0-1. 3차전에서 한국이 남아공에 내준 스코어이자, 1승 2패라는 최종 성적표를 만든 숫자다. 그 결과로 A조 3위까지 떨어지며 조별리그 여정이 끝났다.
27일(현지시간), 조별리그 마지막 날이 됐지만 홍명보호가 32강에 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L조, K조, J조. 이날 오후 차례로 펼쳐지는 세 조의 승부가 그 답을 정한다.
24세, 첫 월드컵 무대
월드컵 무대는 24세 양현준에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것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런 상황에 놓인 게 너무 아쉽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뛰었어야 한다”면서 “나에게 기회를 준다면, 팀도 그렇고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기 때문에, 대가리 박고 뛰겠다. 5분이 주어지든 10분이 주어지든 진짜 어떻게든 이기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양현준이 들려준 선수단의 속내
선수단 분위기를 가감 없이 들려준 이는 측면 공격수 양현준(셀틱)이었다. “분위기가 솔직히 좋지는 않습니다. 다른 조 남은 세 경기 보면서 응원해야 할 것 같아요”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1차전 승리 뒤 이어진 두 번의 패배를 두고 양현준은 이렇게 말했다. “1차전에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승리를 가져왔는데 2차전도 그렇고 3차전도 그렇고 우리가 충분히 승점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에서 승점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고 그는 말했다. 남아공전 패배의 원인을 묻자 “열심히 상대에 대해 분석하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경기장에서 항상 변수가 일어나듯이 저희가 예상하지 못한 실수로 인해 골을 먹고 계속해서 실수하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상대에게 넘어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충격패가 남긴 침묵, 그리고 감독의 한마디
충격적인 패배로 3차전이 끝난 순간, 대표팀을 짓누른 것은 무거운 침묵이었다. “많은 말을 나누기보다 침묵의 시간이 길었다. 모두가 원하지 않았던 결과와 상황이 벌어져 누구 하나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고 김진규(전북)는 돌아봤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서로 대화도 나누고, 지금은 다른 팀 결과에 관해 이야기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뒤따랐다.
선수단 미팅에서 홍명보 감독이 남긴 말도 짧았다. “감독님께서 ‘결과에 대해서는 감독의 책임’이라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것뿐이니, 남은 훈련 잘 소화하면서 기다려보자’고 짧게 말씀하셨다”고 김진규는 전했다. 다른 조 경기를 챙겨보는 방식에 대해서는 “각자 보는 사람도 있고,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보기도 한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모두가 다른 팀 경기르 챙겨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규의 다짐과 엇갈린 세 경기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두가 머리를 박고 미친 듯이 뛰겠다. 다시는 3차전 같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 훈련을 앞둔 김진규의 각오였다.
세 경기, 세 가지 역할이 그에게 주어졌다. 체코전(2-1 승)에서는 후반 막판 교체로 들어가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고, 멕시코전(0-1 패)은 벤치가 자리였다. 남아공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돼 45분가량을 뛰었다. “첫 경기를 잘 이기고 유리한 상황에서 2, 3차전을 준비했다. 충분히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특히 2차전은 승점을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그는 짚었다.
‘반복된 실수’, 3차전 부진의 원인으로 그가 꼽은 말이다. “경기하다 보면 통제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며 “경험이 많더라도 경기 중 심리적으로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다. 사소한 실수로 역습을 허용했고, 무더운 날씨에 그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힘들지 않았나 싶다”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