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4년 만에 미니앨범 ‘서머, 아이’ 발표…타이틀곡 ‘파도’ 직접 작사·작곡

정은지, 4년 만에 미니앨범 ‘서머, 아이’ 발표…타이틀곡 ‘파도’ 직접 작사·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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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4년의 시간을 담아 솔로 가수로 돌아오다

에이핑크 멤버이자 배우 정은지가 11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 ‘서머, 아이’(Summer, I)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돌아왔다. 앨범 단위로는 2022년 7월 공개한 네 번째 미니앨범 ‘심플’(Simple), 같은 해 11월 선보인 리메이크 1집 ‘로그’(log) 이후 약 4년 만의 신보다. 연합뉴스가 전한 이번 앨범의 중심에는 정은지가 직접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파도’가 놓였다. 오랫동안 대중에게 가창력으로 사랑받아온 그가 이번에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넘어 앨범의 방향을 설계하는 창작자로 존재감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머, 아이’는 제목처럼 여름의 감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들로 채워졌다. 정은지는 전곡 프로듀싱에 참여해 앨범 전체의 흐름에 자신의 감각을 반영했다. 타이틀곡 한 곡에만 이름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수록곡 전반을 직접 살폈다는 사실은 이번 복귀가 단순히 오랜 공백을 끝내는 발표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약 4년이라는 간격 동안 쌓인 생각과 감정을 하나의 앨범 안에 정리하고, 자신이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를 보다 선명하게 제시한 결과물로 해석된다.

정은지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음악 감상회에서 “언젠가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번 앨범의 성격을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이미 그룹 활동과 솔로 음악, 연기를 오가며 대중과 만나온 그에게 싱어송라이터라는 목표는 새로운 이름표를 붙이는 일이 아니라 창작 과정의 중심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선택이다. 다섯 번째 미니앨범은 그가 바라던 역할을 실제 작업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분명한 전환점이 된다.

타이틀곡 ‘파도’, 목소리와 창작이 만난 순간

정은지는 음악 감상회에서 ‘파도’를 라이브로 직접 들려줬다. 시원하게 뻗는 고음이 돋보이는 무대였지만, 그는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대를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설명은 완성된 음원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무대 뒤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오랜 경력을 지닌 가수에게도 라이브는 매번 새롭게 통과해야 하는 순간이며, 정은지가 강조한 성장은 바로 이런 불안과 부담을 외면하지 않고 무대로 바꾸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파도’는 정은지가 직접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는 점에서 그의 목소리와 창작 의도가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곡이다. 누군가가 만든 노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과 자신의 생각을 노랫말과 선율로 구성하는 능력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이번 작업에서 그는 두 역할을 함께 맡았다. 강한 고음이라는 익숙한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무엇을 노래할지 스스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파도’를 이번 앨범의 핵심으로 만든다. 제목이 환기하는 여름의 움직임도 앨범 전체가 지향하는 계절감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정은지가 “저는 성장하는 캐릭터”라고 자신을 표현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그는 큰 변화만을 성장으로 규정하지 않고 “미세하게나마 매 순간 성장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4년 만의 신보를 극적인 변신보다 축적의 결과로 바라보게 한다. 전곡 프로듀싱 참여와 타이틀곡 작사·작곡은 갑자기 만들어진 장식이 아니라, 조금씩 창작의 범위를 넓혀온 과정이 앨범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팬들에게도 이번 복귀는 익숙한 목소리 안에서 새롭게 확장된 정은지의 역할을 발견하는 기회다.

에이핑크 멤버에서 독립적인 음악 설계자로

정은지는 에이핑크 멤버이면서 배우로도 활동해왔다. 이번 앨범은 여러 활동 영역 가운데 솔로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룹 안에서 한 멤버가 담당하는 역할과 솔로 앨범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은 무게가 다르다. 솔로 작업에서는 곡의 분위기와 메시지, 목소리의 배치가 결국 한 사람의 이름으로 연결된다. 정은지가 전곡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 책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앨범을 자신의 언어로 통합하려 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신보가 사랑에 관한 노래들을 담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랑은 대중음악에서 익숙한 주제지만, 어떤 계절감과 목소리, 표현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서머, 아이’는 여름이라는 명확한 분위기 속에 정은지의 시선과 가창을 배치한다. 타이틀곡 ‘파도’의 시원한 고음, 앨범 제목이 제시하는 계절의 이미지, 사랑을 다룬 수록곡들은 각각 분리된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한 이유도 이런 통일성을 만드는 데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약 4년 만의 앨범이라는 시간적 간격은 팬들의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창작자로서 달라진 지점을 비교해볼 여지를 만든다. 정은지는 과거 작업을 부정하거나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신하기보다, 자신이 잘해온 가창을 토대로 제작 참여의 깊이를 더했다. 이는 기존 팬에게는 친숙함을 지키면서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방식이고, 처음 그의 솔로 음악을 접하는 청자에게는 가수와 창작자의 면모를 한 앨범에서 확인하게 하는 접근이다. 긴 공백을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음악적 역할을 넓히는 시간으로 바꿨다는 평가가 가능한 이유다.

‘성장하는 캐릭터’가 건넨 새로운 여름

정은지의 이번 복귀에서 가장 선명한 단어는 성장이다. 다섯 번째 미니앨범, 약 4년 만의 신보, 전곡 프로듀싱 참여, 타이틀곡 작사·작곡이라는 사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는 이미 완성된 가수라는 위치에 머물기보다 여전히 배울 수 있고 달라질 수 있는 창작자로 자신을 설명한다. 컨디션에 대한 걱정 속에서도 라이브를 마친 태도 역시 결과만큼 과정에 의미를 두는 그의 관점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은 성공을 선언하는 작품이라기보다 계속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음악으로 증명한 기록에 가깝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서머, 아이’를 통해 확인된 제작 참여가 정은지의 솔로 음악을 어떻게 더욱 선명하게 만들지다. 다만 현재 분명한 사실은 그가 오랫동안 품어온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이번 앨범에서 구체적인 작업으로 실현했다는 점이다. 팬들은 ‘파도’를 통해 익숙한 고음을 듣는 동시에 그 목소리의 출발점이 된 가사와 곡까지 정은지가 직접 만들었다는 새로운 맥락을 만난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에서 자신의 노래를 설계하고 완성하는 음악가로 이동하는 과정이 이번 여름의 핵심 서사다.

한국 밖의 글로벌 K팝 팬에게도 이번 앨범이 흥미로운 이유는 한 아이돌 멤버가 오랜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창작 언어를 넓혀가는 순간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머, 아이’는 화려한 변화보다 꾸준한 축적이 어떻게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정은지가 말한 작은 성장은 ‘파도’와 앨범 전체를 통해 실제 소리로 구현됐다. 약 4년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그의 여름은 익숙한 목소리를 다시 듣는 반가움과, 그 목소리 뒤에 자리한 창작자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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