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디노, ‘피철인’으로 확장한 첫 솔로 미니앨범
3일 오후 6시 그룹 세븐틴의 디노가 또 다른 자아인 ‘피철인’으로 첫 솔로 미니앨범 ‘길보드’(吉BOARD)를 발표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디노가 세븐틴 멤버로 보여준 무대 역량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레트로 감성과 삶의 희로애락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프로젝트다. 익숙한 아이돌 솔로 활동의 문법에 머무르지 않고 별도의 캐릭터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한 명의 가수가 음악과 연기, 유머를 결합해 새로운 세계를 설계하는 시도로 읽힌다.
‘피철인’은 단순히 이름만 바꾼 활동명이 아니다. 디노가 기존 무대에서 쉽게 드러내기 어려웠던 능청스러움과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확대하는 장치에 가깝다. 진지한 퍼포먼스와 정교한 군무에 익숙한 글로벌 팬에게는 같은 아티스트의 다른 표정을 발견하게 하는 입구가 된다. 디노는 이 캐릭터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경험뿐 아니라 말투와 몸짓, 무대 분위기까지 하나로 묶으며 솔로 활동의 개성을 분명히 한다.
앨범명 ‘길보드’도 방향성을 압축한다. 한자 ‘길할 길’이 포함된 표기와 영어 ‘BOARD’를 결합한 제목은 한국적인 정서와 현대적인 대중음악 감각을 한 화면에 배치한다. 동시에 음악이 정해진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길 위에서 여러 사람과 만난다는 인상을 준다. 디노가 앨범 속 희로애락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설명한 만큼, 제목과 캐릭터, 장르 선택은 각각 분리된 장식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를 향한다.
EDM 트랩부터 시티팝까지, 장르로 번역한 한국의 흥
‘길보드’에는 EDM, 즉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트랩 스타일과 시티팝, 뉴잭스윙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장르가 담긴다. 빠르고 강한 리듬, 도시적인 질감, 경쾌한 움직임을 유도하는 음악적 특성을 한 앨범 안에서 한국적인 흥의 정서로 풀어낸 구성이 핵심이다. 특정한 전통 양식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현대 대중음악의 여러 문법을 활용해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애틋함이 교차하는 감정을 전달하려는 접근으로 분석된다.
타이틀곡 ‘놀아보세’는 작곡가 히치하이커가 프로듀싱했다. 세련되고 화려한 멜로디에 재치 있는 가사를 결합했으며, 피철인의 능청스러운 매력과 거리낌 없는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곡 제목에 담긴 권유형 표현도 중요하다. 혼자 빛나는 무대를 선언하기보다 듣는 사람을 놀이의 장으로 초대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언어가 다른 해외 팬도 리듬과 표정, 퍼포먼스를 통해 그 초대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디노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한국의 레트로와 희로애락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장르를 구성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흥과 얼이 깃든 인생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흥’은 들뜬 기분만을 뜻하지 않는다. 웃음과 슬픔을 함께 품고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감정의 흐름에 가깝다. ‘길보드’는 이 복합적인 정서를 여러 장르와 캐릭터의 유머로 전달하려는 앨범이다.
‘전국노래자랑’을 택한 이례적인 선공개 무대
디노는 신곡을 정식 발표하기에 앞서 한국 공영방송 KBS 1TV의 장수 대중음악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서 ‘놀아보세’를 먼저 선보였다. 아이돌 가수가 신곡의 첫 무대로 이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최신 K팝 무대가 주로 정교한 조명과 카메라 연출, 팬덤 중심의 빠른 확산을 중시한다면, ‘전국노래자랑’은 지역과 세대를 폭넓게 아우르는 친근한 무대라는 성격이 강하다. 피철인이라는 캐릭터를 대중에게 설명하는 데 이보다 직접적인 공간은 드물다.
디노 역시 많은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한 끝에 이 무대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홍보 채널의 변화가 아니라 앨범의 정서와 공개 방식이 일치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놀아보세’가 함께 즐기자는 곡이고 ‘길보드’가 음악 속 희로애락을 널리 나누려는 앨범이라면, 특정 연령대나 팬층에 한정되지 않는 프로그램에서 먼저 노래한 과정 자체가 프로젝트의 일부가 된다. 피철인은 무대 밖 설정이 아니라 관객과 만나는 방식까지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1970∼80년대 활동한 선배 가수들의 무대에서 아티스트만의 자유로움과 개성을 느꼈으며, 자신도 그처럼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레트로는 옛 장면을 그대로 복제하는 장치가 아니다. 선배들의 거리낌 없는 표현 방식과 관객을 대하는 태도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는 출발점이다. 과거의 무대 정신을 현대적인 EDM 트랩과 시티팝, 뉴잭스윙에 연결하면서 ‘길보드’만의 시간적 대비가 만들어진다.
솔로 디노가 보여주는 K팝 캐릭터의 새로운 쓰임
이번 활동에서 주목할 부분은 음악적 장르의 다양성만이 아니다. 디노는 ‘세븐틴의 디노’와 ‘피철인’을 경쟁시키지 않고 서로 다른 표현의 통로로 활용한다. 그룹 활동에서 축적한 무대 감각을 바탕으로 하되, 솔로 앨범에서는 더 과장되고 유쾌한 표정을 허용한다. 이런 구조는 팬에게 낯선 변화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서사를 제시한다. 익숙한 인물 안에 또 하나의 캐릭터를 세우는 방식으로 솔로 아티스트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또한 ‘길보드’는 한국적이라는 표현을 하나의 소리나 의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여러 시대와 장르를 오가면서도 삶의 감정을 함께 나누고,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흥을 만들어내는 태도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의 K팝 팬에게는 한국의 레트로 정서를 접하는 동시에 디노가 그 정서를 어떻게 자기 언어로 바꾸는지 살펴볼 기회다. 번역 과정에서 가사의 세부적인 말맛이 달라지더라도, 재치와 에너지, 함께 즐기자는 핵심은 무대 표현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
피철인의 첫 솔로 미니앨범은 디노가 정교한 아이돌 퍼포머를 넘어 감정과 유머, 세대의 기억을 연결하는 이야기꾼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먼저 문을 열고, ‘놀아보세’로 관객을 초대하며, 여러 장르로 희로애락을 펼치는 흐름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세계 팬에게 이 한국의 오늘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익숙한 K팝 스타가 가장 한국적인 감정의 언어를 새로운 캐릭터와 글로벌한 사운드로 다시 들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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