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천명이 일본어로 완성한 서울의 합창
8일 오후 일본 4인조 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히게단)이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무대에 올라 약 1만3천명의 관객과 거대한 일본어 합창을 만들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공연 현장에서 객석은 대표곡 ‘프리텐더’(Pretender)의 “굿바이, 너의 운명의 사람은 내가 아니야”라는 대목을 한목소리로 불렀다. 한국 대형 공연장을 채운 관객이 한국어나 영어가 아닌 일본어 노랫말로 무대와 호흡했다는 사실은 이날 공연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KSPO돔은 대규모 K팝 공연이 이어져 ‘K팝의 성지’로 불리는 실내 공연장이다. 유명 K팝 아이돌 그룹에도 도전적인 규모로 여겨지는 공간을 일본 밴드와 한국 관객의 떼창이 가득 메웠다. 히게단의 무대는 단순히 해외 유명 가수가 한국을 찾은 장면을 넘어, 한국의 음악 팬들이 언어의 경계를 어떻게 즐거운 참여로 바꾸는지를 보여준 순간으로 평가된다.
공연을 움직인 핵심은 관객이 노래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어 가사를 기억하고, 곡의 흐름에 맞춰 함께 부르며, 환호로 연주에 답했다. 히게단을 향한 “히게 야호”라는 외침까지 더해지면서 KSPO돔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합주 현장처럼 변했다.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언어가 오히려 팬들의 집중력과 애정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 셈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음원 차트로 이어진 접점
히게단이 한국에서 폭넓은 인지도를 확보한 배경에는 음악과 영상 콘텐츠의 연결이 있다. 이들은 ‘100미터’, ‘도쿄 리벤저스’, ‘스파이X패밀리’ 등 한국에서도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의 테마곡을 불렀다. 팬들은 작품 속 장면과 함께 음악을 처음 접하고, 이후 밴드의 다른 노래와 공연으로 관심을 확장해왔다. 하나의 곡이 특정 언어권에 갇히지 않고 캐릭터와 이야기, 영상의 감정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이 히게단의 한국 공연에서도 확인됐다.
대표곡 ‘프리텐더’는 한국의 주요 음원 서비스 멜론 ‘톱 100’ 차트에 진입하며 대중적인 접점을 넓혔다. 일본어 노래가 한국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기록과 약 1만3천명이 모인 공연장은 서로 분리된 현상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반복해 들은 노래가 오프라인의 합창으로 이어지고, 영상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친숙함이 대형 공연장을 찾는 행동으로 확장된 흐름으로 분석된다.
특히 ‘프리텐더’의 후렴을 객석 전체가 일본어로 따라 부른 장면은 차트 성과가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가사를 외울 만큼 음악을 오래 듣고 공연에서 직접 목소리를 보탠 팬층이 형성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번역된 의미를 이해하는 감상과 원어의 발음과 리듬을 그대로 즐기는 참여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일본어는 이날 관객과 히게단을 잇는 가장 직접적인 공통 언어가 됐다.
한국에서 커진 J팝 열풍의 현재 위치
히게단은 킹 누, 아이묭, 미세스 그린 애플, 후지이 가제와 함께 한국에서 주목받는 J팝 열풍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일본 음악가가 동시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한 밴드만의 인기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 청중이 일본 대중음악을 발견하고 소비하는 폭이 넓어졌으며, 개별 곡에 대한 관심이 아티스트의 음악 세계 전체를 향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히게단의 강점은 밴드 음악과 대중적인 멜로디, 애니메이션 테마곡을 통해 형성된 친숙함이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데 있다. 한국 관객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의 음악이라는 입구가 있고, ‘프리텐더’처럼 음원 차트에서 확인된 대표곡이 다시 밴드 자체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 이번 KSPO돔 공연은 각각의 접점이 실제 관객 규모와 현장 반응으로 연결된 결과로 읽힌다.
동시에 이날의 떼창은 한국 팬 문화의 적극적인 성격도 드러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원어 가사를 익히고, 공연장에서 가수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K팝 공연에서 세계 각국 팬들이 한국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과 마찬가지로, 서울에서는 한국 관객이 일본어 노래로 화답했다. 음악을 보내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이 고정돼 있지 않고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교차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K팝의 무대가 보여준 아시아 음악 교류
KSPO돔이라는 장소도 이번 공연의 의미를 키운다. K팝 스타와 팬들의 기억이 축적된 무대에 일본 밴드가 서고, 한국 관객이 일본어로 공연을 완성했다. 이는 K팝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의 공연 문화가 다른 언어의 음악까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넓은 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장르와 국적이 달라도 팬이 음악을 발견하고 몰입하는 방식에는 선명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히게단의 서울 공연은 차트, 애니메이션, 대형 콘서트가 어떻게 하나의 팬 경험으로 이어지는지도 압축해 보여줬다. 화면 속 이야기와 함께 들었던 테마곡, 음원 서비스에서 발견한 대표곡, 공연장에서 터져 나온 떼창이 순서대로 연결됐다. 팬에게는 각 단계가 별개의 소비가 아니라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며, 가수에게는 낯선 도시의 관객과 음악으로 직접 만나는 순간이 된다.
8일 KSPO돔을 뒤흔든 약 1만3천명의 합창은 한국에서 커지는 J팝의 존재감과 국경을 넘는 팬 문화의 즐거움을 동시에 증명했다. 세계의 음악 팬들에게 이 서울 공연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K팝으로 세계적인 떼창 문화를 익힌 한국 관객이 이번에는 일본 밴드의 노래를 원어로 돌려주며, 아시아 대중음악이 서로의 무대와 언어를 통해 연결되는 장면을 직접 완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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