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산업이 침체기를 딛고 확장현실(XR) 기술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융합을 통해 2025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글로벌 XR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XR 업계의 이러한 흐름은 이미 2023년부터 감지됐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9월 14일 수원시 경기XR센터에서 “메타버스를 진화시키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제2회 XR 최신기술동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메타의 허욱 부사장은 “오픈소스 AI와 XR 최신 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하며 AI와 XR 융합이 가져올 변화를 제시했고, 리콘랩스의 윤경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XR 3차원 기술 동향 및 앞으로의 과제”를 발표하며 공간 컴퓨팅과 실감형 인터랙션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2년여가 지난 지금, 당시 업계가 내놓았던 전망들은 실제 시장에서 하나둘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XR로 시장 판도 변화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삼성전자의 XR 시장 본격 진입이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기반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을 선보였으며, 이 제품은 2025년 10월 22일 “갤럭시 XR”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시됐다. 출고가는 269만원으로 책정됐으며, 무게 545그램의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 메타와 애플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XR 헤드셋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갤럭시 XR은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혼합현실(MR) 기능을 핵심으로 하며, 갤럭시 생태계와의 연동을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간의 연결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참여로 XR 시장의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삼성의 브랜드 파워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개방성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글로벌 XR 헤드셋 시장은 애플의 비전 프로와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가 양분해 왔다. 두 제품 모두 독자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온 반면,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손잡고 내놓은 안드로이드 XR 진영은 개방형 플랫폼을 앞세워 개발자와 콘텐츠 제작사들의 참여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정부 역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 등을 통해 XR·메타버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리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와 XR 융합, 콘텐츠 제작 방식 바꿔
2025년 XR·메타버스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은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활용이다. AI 기술은 3D 모델링 자동화, 실시간 음성·영상 합성, AI 기반 비플레이어 캐릭터(NPC) 구현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시간 음성 합성과 표정 생성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휴먼은 교육, 상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산업 현장에서는 실제 공간을 정밀하게 스캔해 가상 공간으로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의 활용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일부 국내 대기업은 생산 공정 최적화와 설비 관리를 위해 디지털 트윈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업계에서는 AI와 XR 기술의 결합이 제조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메타버스 엑스포 2025(MVEX 2025)”에서도 확인됐다. “가상공간 기술이 여는 무한한 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AI, XR, 디지털 휴먼, 실감형 콘텐츠 등 최신 기술 융합 사례가 대거 소개됐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도내 혁신기업 9개 사와 함께 “경기도 공동관”을 운영하며 XR 기반 산업 안전교육, AI 활용 안전관리 시스템, 디지털 트윈 플랫폼 등을 선보여 지역 기업의 기술력을 알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XR·메타버스 산업이 2025년을 기점으로 기술적 성숙도와 시장 적용성 모두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의 지원책과 기업들의 투자, 그리고 AI 기술과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