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에서 인공지능(AI) 대전환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AI반도체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예산도 함께 확대 편성했다. 정부는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으며, 이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12월경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AI 대전환에 10조1000억원, 올해의 3배 규모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AI 글로벌 3강 도약을 위한 대전환’ 명목으로 내년도 예산 10조1000억원을 의결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 3조300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부처별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몫을 차지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조7000억원, 중소벤처기업부가 9000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과기정통부 예산 중에서는 AI컴퓨팅자원 활용기반 강화사업에 2조805억원이 투입되며, 정부는 이를 통해 2026년 안에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 수준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AI반도체와 국산 NPU 등 차세대 AI 핵심 기술, 그리고 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 AI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한 예산을 대폭 반영했다고 밝혔다.
AI반도체 관련 예산은 어떻게 편성됐나
국회에 제출된 예산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산하 AI반도체 관련 부서가 담당하는 2026년도 사업 예산은 1777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별도로 ‘온디바이스 AI반도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개년에 걸쳐 총 8002억3000만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산 AI반도체 및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에 5년간 약 1조원을 투입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부 부처들이 AI반도체 분야에 여러 갈래의 사업을 나눠 편성하고 있는 만큼, 특정 사업 하나의 단년도 예산 증가율만으로 전체 지원 규모의 확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지금 AI반도체 예산을 늘리나
AI반도체가 국가 전략 자산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산업 질서 재편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용 가속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빠르게 격화됐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투자와 AI 연산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고, 중국도 수출 규제 속에서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AI 가속기의 핵심 축인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AI 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가 사실상 표준을 장악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개발자 락인까지 형성돼 있어 후발 기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국내 AI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기술은 확보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검증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으며, 정부의 이번 예산 확대에는 공공 수요와 실증 기회를 늘려 이 같은 공백을 메우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절차와 전망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정부안일 뿐,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회는 통상 9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심사를 시작해 12월 초중순 본회의 의결을 통해 다음 연도 예산을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사업별 예산이 증액되거나 삭감될 수 있어, AI반도체 관련 세부 사업 예산 역시 국회 심의 결과에 따라 최종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GPU 확보, AI반도체 실증 지원 등을 통해 국내 AI 인프라와 반도체 생태계를 동시에 키우겠다는 방침이지만, 예산이 여러 부처의 다수 사업으로 분산돼 있는 만큼 실제 집행 단계에서 사업 간 연계와 성과 관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 심사 결과와 함께 연말 최종 확정되는 예산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