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 엘라벨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지난 9월 4일 발생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수사기관의 대규모 단속으로 억류됐던 우리 국민 316명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귀국 인원에 대해 남성 306명과 여성 10명 등 한국인 316명이며, 중국인 10명·일본인 3명·인도네시아인 1명 등 외국인 14명을 더해 총 330명이 같은 전세기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역사상 단일 현장 기준 최대 규모로 기록된 이번 단속은 취업비자 미비 등 불법 고용 관행에 대한 형사수사 차원에서 판사가 발부한 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전개와 귀국 경위
연방 수사기관은 9월 4일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현장에 있던 근로자 등 475명을 구금했다.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으며, 이들은 76억 달러 규모로 추진 중인 조지아주 최대 경제개발 프로젝트인 이 배터리공장에 설비를 설치하고 현지 미국인 근로자를 훈련시키기 위해 파견된 기술 인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당국은 이를 홈랜드시큐리티수사국(HSI) 사상 단일 현장 단속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조지아주 남부 폭스턴 소재 이민세관당국 구금시설로 이송돼 수일간 억류됐다. 이후 한미 양국 정부 간 협의를 거쳐 석방이 결정됐고, 대상자들은 현지시간 11일 새벽 구금시설을 출발해 애틀랜타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뒤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했다. 전세기는 애틀랜타를 출발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구금 약 8일 만의 귀국이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사건 초기부터 애틀랜타 현지로 이동해 현장대책반과 본부 신속대응팀의 실무를 총괄했다. 외교부가 차관급 인사를 직접 현지에 투입한 것은 이번 사안을 통상적인 영사 조력 수준을 넘어서는 위기 상황으로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대상자 명단 확인과 건강 상태 점검, 미국 측과의 항공편·출국 절차 협의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구금 사유는 취업비자 문제
미국 연방 수사기관은 이번 단속이 불법 고용 관행에 대한 형사수사의 일환으로 판사가 발부한 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다수는 적절한 취업비자를 보유하지 않았거나 비자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관광 목적 비자나 무비자 입국(ESTA) 등으로 입국한 뒤 현지에서 전문 설비 설치나 기술 자문 업무를 수행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이번 사건은 특정 시기의 무작위 단속이 아니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이라는 구체적 사업장을 겨냥한 형사수사 성격의 단속이었다.
다만 근로자 개개인이 구금된 구체적 법적 사유와 절차적 정당성, 영사 접근권 보장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졌다. 근로자 측 일부는 단속 과정에서 과잉 진압과 인종 프로파일링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건의 사실관계는 계속 정리될 필요가 있다.
한미 관계와 후속 여파
이번 사건은 조지아주에 76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 규모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던 한국 기업과 관련한 단속이었다는 점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의 인력 운용 방식과 비자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외교부는 귀국 이후에도 미국 측과 재발 방지 방안, 향후 기술 인력 파견 시 적법한 비자 취득 절차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귀국 이후 보도에 따르면 구금됐던 근로자 중 일부만 조지아 현장으로 복귀했으며, 상당수는 억류 경험에 따른 불안감 등으로 복귀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구금됐던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당국을 상대로 불법 공권력 행사와 인종 프로파일링, 인권 침해, 과잉 진압 등을 주장하며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외국민의 해외 파견 근무 시 비자 요건에 대한 사전 안내와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파견 인력의 체류 자격을 사전에 철저히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유사한 대규모 단속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귀국한 근로자들의 건강 상태 확인과 가족 인계, 필요한 경우 심리 상담 지원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중기적으로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이 파견 인력의 비자 문제를 명확히 해소하지 않으면 유사한 단속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건 이후 미국 내 한국 기업 투자 현장의 비자 관리 체계 정비가 업계 전반의 과제로 떠올랐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정비해 대규모 집단 구금과 같은 이례적 상황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316명이 무사히 귀국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취업비자 제도의 허점과 해외 파견 인력 관리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유사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