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리아 경유 육로로 석유 수출 시작
이라크 석유부는 4월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이웃 국가인 시리아를 거쳐 원유를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조차 수백 대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의 알왈리드-알탄프 통과지점을 거쳐 시리아 영토를 가로지른 뒤, 지중해 연안의 바니야스항에서 원유를 선박에 옮겨 싣는 방식이다. 시리아 정부는 통과하는 원유의 안전한 수송을 보장하기로 했으며, 이라크는 이번 육로를 통한 수출량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수송 규모는 바스라산 원유 기준 하루 약 5만 배럴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나온 대응이다. 국가 재정 수입의 약 90퍼센트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이라크는 그동안 수출 물량 대부분을 페르시아만의 바스라 터미널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실어 날라왔다. 해협 봉쇄로 수출길이 막히자 이라크 정부는 대체 경로 확보에 주력해왔고, 그 첫 결과물이 이번 시리아 경유 육로 수출이다.
중동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으로, 상당한 물량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해협을 통한 수출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라크는 육로 수출 확대로 리스크를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1952년 건설됐다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가동을 멈춘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을 복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정유회사 셰브런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이라크 정부와 관련 기술 및 재정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복구가 이뤄질 경우 병렬 송유관 두 개를 합쳐 하루 150만에서 200만 배럴 규모의 수송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사업은 계약 체결 이후에도 30개월에서 최장 3년의 복구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파장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이라크의 시리아 경유 육로 수출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중동산 원유 공급망의 리스크를 일부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육로 수송 규모는 하루 5만 배럴 수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기존 수출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어서, 단기간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입국의 수급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수입선 확보 등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이라크의 경제적 목표
이라크는 국가 재정의 절대적 비중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재정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경유 육로는 수출을 이어가기 위한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육로 수출을 통해 외화 수입을 일부라도 확보하는 한편, 향후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 복구 사업이 마무리되면 훨씬 안정적이고 대규모인 수출 경로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이라크 관계와 지정학적 함의
이번 육로 수출 개시는 이란과의 관계에서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라크는 지리적, 정치적으로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려는 행보가 이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라크 정부는 이번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려는 실용적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리아 역시 이번 육로 수출로 통과 수수료 수입을 확보하는 동시에, 걸프 지역과 지중해를 잇는 에너지 및 물류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전망
이라크의 육로 수출 경로가 안착하려면 시리아 내 치안 상황과 통과 인프라의 안정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 복구 사업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 사업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중동 원유 수송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는 동안 이라크의 대체 경로 확대 상황과 국제 유가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