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강원 강릉시가 108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에 시달리며 8월 20일부터 시 전역에 세대별 50% 제한급수 조치를 시행했다.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전역인 주문진읍·연곡면·왕산면을 제외한 강릉시 대부분 지역 주민 약 18만 명이 이 조치의 영향을 받았다. 강릉 지역 생활용수의 87%를 책임지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8월 19일 21.8%까지 떨어져 1977년 저수지 준공 이후 4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9월 들어서는 10%대까지 낮아졌다.
오봉저수지 저수율, 역대 최저치 경신 지속
김홍규 강릉시장은 8월 19일 가뭄대응 비상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오전 9시부터 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세대별 제한급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20일부터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전역의 가정용 계량기 절반이 잠기는 조치가 시작됐다. 저수조 100톤 이상을 보유한 아파트 등 대수용가는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하루 두 차례 각 3시간씩만 물을 공급받는 시간제 급수 체제로 전환됐다.
가뭄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9월 2일 14.2%까지 떨어지며 또다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고, 9월 9일에는 12.2%까지 낮아졌다. 다만 이날 하락 폭은 전날 대비 0.2%포인트로 9월 들어 가장 작은 수준에 그쳐 저수율 하락세가 다소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사태가 악화하자 행정안전부는 8월 30일 강릉시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인력과 장비 등 재난관리자원을 총동원해 응급 지원 체계를 가동했다. 강릉시는 9월 10일 도암댐 도수관로의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하기로 하는 등 추가 수원 확보에도 나섰다.
강릉시는 시내 곳곳에 임시 급수대를 설치하고 물 부족 지역에 급수차량을 투입하는 한편, 지하수 개발과 인근 지역으로부터의 용수 공급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급수차 운영과 절약 캠페인을 통해 위기를 넘기고, 장기적으로는 대체 수원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가 주원인
전문가들은 이번 강릉 가뭄의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 패턴의 급격한 변화를 지목한다. 2025년에는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나면서 여름철 강수량이 전국적으로 크게 부족했고, 특히 태백산맥 동쪽에 위치한 강릉은 서쪽에서 유입되는 수증기 공급이 지형적으로 제한돼 다른 지역보다 가뭄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강수 패턴이 아열대화하면서 여름철 집중호우와 특정 지역의 극심한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최근 몇 년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구조적 변화로 해석되며, 동해안 지역처럼 지형적으로 수증기 공급이 제한되는 곳은 향후에도 유사한 가뭄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차원 물 부족 대응체계 점검 필요성 대두
이번 강릉 사태는 개별 지역의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물 부족 대응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물 관리 체계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환경부가 에너지 분야까지 아우르는 조직 개편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별 맞춤형 수자원 확보 방안,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용수 공급계획 수립, 지역 간 용수 공급 네트워크 구축, 스마트 물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특히 단기적 위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강릉과 같은 극한 가뭄이 전국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뭄을 일회성 재해가 아닌 상시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물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