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87세로 세상을 떠난 배우 최불암이 생전 인터뷰에서 남긴 행복과 중용에 관한 말이 지난달 30일 KBS 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송됐다.
KBS 특집 다큐에 담긴 생전 인터뷰
KBS는 고인의 삶과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특집 다큐멘터리 ‘따뜻한 어른, 최불암 – 당신이 길이었습니다’를 편성했다. 이 다큐에는 고인이 ‘한국인의 밥상’으로 14년간 전국을 누빈 발자취도 담겼다.
방송 화면은 2024년 봄 ‘한국인의 밥상’ 촬영 때 찍은 것이다. 당시 13년째 이 프로그램을 이끌던 그는 프로그램을 “우리의 삶”이라고 불렀다. 그는 “(음식이) 맛있으면 얼마나 행복해”라며 “안 먹어도 입에 침이 고이고 웃음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고, 자신을 ‘음식을 소개하는 전령사’로 소개했다.
고인은 인생의 태도로 중용을 강조했다. 그는 “너무 즐겁다고 즐거워하지 말고, 너무 슬퍼도 슬퍼하지 마라. 적당함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삶이더라”고 말했다.
여든 넘어서도 놓지 않은 연기의 꿈
지난 출연작을 떠올리면서는 “참 좋은 장면들 기억 남는 게 많지. 다시 하고 싶어”라고 했다. 꿈을 묻는 질문에는 “꿈이 없으면 죽는 거지, 꿈이 있지”라고 답했다. 이어 “연기를 잘해서 상을 탄다든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든지 이런 게 다 꿈이지”라며 배우로서의 의지를 내비쳤다.
꽃이 만개한 벚나무 앞에서 그는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불편한 마음, 불안한 마음이 없으면 그게 행복이지. 나만 행복해질 수가 없어. 다 같이 행복해져야지”라고 말했다. 촬영을 끝내고 귀가하던 길에 노을을 보면서는 “뜨는 것도 감동이고, 지는 것도 감동이고, 자연은 인간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는 거야”라고 했다. 방송 끝에서 그는 “함께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했다.
MBC는 고인이 직접 요청한 다큐 재편성
MBC도 같은 날 올해 5월 내보낸 2부작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의 1부를 다시 편집해 방송했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고인의 맏아들 역을 맡았던 박상원이 발표자로 나서 그의 연기 인생을 짚은 작품이다.
이 다큐는 투병 중이던 고인이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해 만들어졌다. 제작진은 자막에서 “2025년 이미 투병 중이던 최불암 배우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며 “본 다큐멘터리는 이를 받들어 고인의 생전인 올 5월 방송됐다”고 밝혔다. 고인은 이 다큐에 직접 나올 계획이었으나 재활 치료에 집중하라는 가족의 만류로 출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김현기 PD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작 뒷이야기를 올렸다. 그는 “선생님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결국 선생님은 그 다큐에 출연하지 못하셨다”고 적었다. 김 PD는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전원일기 2021’에서 고인과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로 이어진 연기 인생
본명이 최영한인 고인은 1964년 국립극단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이듬해 정식 단원이 됐다.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TV에 진출했고, 그해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50대 장군 김종서를 연기했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영된 MBC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민재 회장 역으로 친숙한 서민의 얼굴을 대표했다.
‘수사반장’의 프리퀄 ‘수사반장 1958′(2024)에서 젊은 박영한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은 1일 빈소를 찾았다. 그는 “최불암 선생님과 함께 연기한 순간은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럽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이 작품에 특별 출연한 것이 마지막 연기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