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권한의 자치구 이양’ 방침에 24일 강하게 반발하며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전날 당정 발표에 대해 “서울의 정비사업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구호일 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당정, 기초단체장에 인허가 권한 이양 추진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기초단체장에게 넘기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 당시 정원오 민주당 후보의 공약이었고, 최근에는 류삼영 동작구청장이 서울시에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추진 중인 정비사업의 규모와 실제 인허가 절차를 감안하면 500가구 이하 사업의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한다고 해서 주택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거나 사업 기간이 단축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광역 도시계획 훼손·난개발 우려
서울시는 “서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적인 거대 생활권”이라며 광역 단위의 정비구역 검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역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넘기면 서울시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이 떨어지고 자치구별로 잣대가 달라져 도시 관리 정책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자치구 경계에 맞닿은 구역은 구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돼 갈등이 생기고, 500세대 기준에 맞추려 사업지를 억지로 쪼개거나 제척하는 사업장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는 “개별 자치구 단위로 결정하게 되면, 광역 도시계획이 무너지고 결국 제대로 된 개발을 해코지하는 난개발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기여 비율과 용도 기준이 자치구마다 상이해지면 특혜 논란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9개 인허가 권한 중 7개는 이미 자치구에
서울시는 여권 일각의 ‘서울시 행정 병목’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 직무대리는 브리핑에서 정비사업 전체 9개 인허가 권한 중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등 7개가 이미 자치구에 있고, 서울시 권한은 구역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2가지뿐이라고 설명했다. 두 심의에 걸리는 기간은 약 4개월로,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12년으로 보면 전체 인허가 기간의 2.7%에 그친다고 했다.
그는 “현재 500세대 이하 추진 사업 193곳 중 구역지정 단계는 16%(31곳)뿐으로, 대다수가 이미 자치구 인허가 과정에 올라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자치구들이 권한 이양을 원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저희도 의문이다. 공급 속도 측면에서 도움이 안 된다”며 “자치구에 정비사업을 위한 통합심의·검토 등의 경험이 있는 직원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병목은 이주비 대출 규제·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서울시는 “사업속도를 높이는 것은 권한이양 등 피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업을 가로막는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정부의 규제”라며 정부·여당에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시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반대하거나 권한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며, 협의 기회가 있다면 당정에 입법의 부작용과 우려를 전달하고 입법을 저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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