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만에 805만명, 한국에서 다시 쓴 시리즈 기록
23일 톰 홀랜드 주연의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한국에서 누적 관객 805만명을 기록하며 8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소니 픽쳐스에 따르면 개봉 후 26일 만에 거둔 성과다. 이 작품은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모은 1천691만8천여명에 이어 2026년 한국 개봉작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직후의 폭발력뿐 아니라 한 달 가까이 관객의 선택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장기 흥행의 힘이 확인된다.
이번 성적은 단순히 시리즈의 또 다른 성공으로만 보기 어렵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은 스파이더맨 영화 가운데 한국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2019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802만명과 2021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755만명을 모두 넘어섰다. 특히 종전 최고 기록과의 격차가 크지 않았던 만큼, 800만 돌파 이후에도 관객이 이어지며 시리즈의 순위를 바꿨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기억에서 지워진 피터 파커’가 만든 새로운 성장 서사
흥행의 중심에는 이전 작품의 결말을 이어받은 피터 파커의 변화가 놓여 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자신을 아는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피터 파커가 외로움과 혼란을 통과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화려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면서도 관계의 단절을 견뎌야 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이 이번 작품의 감정적 출발점이다. 거대한 사건보다 한 인물이 상실 이후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시선을 모으는 구조가 관객의 몰입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시리즈를 지켜본 관객에게는 익숙함과 변화가 동시에 제공된다. 피터 파커 역의 톰 홀랜드를 비롯해 애인 엠제이 역의 젠데이아, 절친 네드 역의 제이컵 바탈론이 전편에 이어 다시 출연했다. 주요 배우들의 연속성은 기존 세계관에 대한 친밀감을 지키는 장치다. 반면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는 설정은 익숙했던 관계를 이전과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같은 배우들이 돌아왔지만 인물 사이의 감정과 거리는 새롭게 출발하는 셈이다.
이러한 구성은 네 번째 작품이 흔히 마주하는 반복의 부담을 피하는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존 인물과 배우를 유지하면서도 주인공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만든 것이다. 관객은 과거 작품에서 형성된 관계를 기억하지만 극중 인물들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다. 이 간극은 팬에게는 이전 이야기를 되짚는 즐거움을, 처음 작품을 접하는 관객에게는 홀로 선 피터 파커의 현재에 집중할 여지를 제공한다.
개봉 4주차에도 남은 예매 동력
흥행의 지속성은 예매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 기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예매율은 10.8%였으며, 예매 관객은 8만7천여명이었다. 같은 시각 ‘오디세이’가 예매율 70.1%, 예매 관객 56만3천여명으로 1위를 차지해 스파이더맨 신작은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개봉 26일째 작품이 신작 경쟁 속에서도 두 자릿수 예매율과 수만 명의 대기 관객을 유지한 것은 흥행의 잔여 동력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805만명이라는 누적 성적은 개봉 초반의 관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영화 흥행은 첫 주말의 집중 관람 이후 관객 감소를 겪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26일째에도 예매 순위 상단에 남았다. 새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과 이미 형성된 입소문, 시리즈 팬의 관심이 겹치며 관람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800만 돌파 자체보다 그 시점에도 8만7천여명이 예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장기 흥행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작 ‘파 프롬 홈’의 802만명을 넘어선 과정도 상징적이다. ‘브랜드 뉴 데이’는 23일 기준 805만명으로 종전 기록보다 약 3만명 앞섰다. 근소한 차이지만 개봉 26일째에도 예매가 이어지고 있어 최고 기록은 움직이는 숫자로 남아 있다. 다만 앞으로의 최종 관객 수나 상영 일정은 현재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지금 확인되는 사실은 이 작품이 이미 톰 홀랜드 주연 시리즈의 한국 흥행 순서를 새로 썼고, 기록 경신 뒤에도 관객 유입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관객이 증명한 프랜차이즈의 세대 확장
이번 흥행은 동일한 주연 배우와 핵심 인물들이 이어지는 장기 시리즈에서도 새로운 감정적 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파 프롬 홈’과 ‘노 웨이 홈’을 본 관객은 피터 파커와 엠제이, 네드의 관계가 지닌 무게를 알고 있다. ‘브랜드 뉴 데이’는 그 축적된 기억을 활용하면서 주인공을 외로움과 혼란 속에 다시 세웠다. 시리즈의 연속성이 과거를 반복하는 장치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 이야기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작동한 셈이다.
한국 극장가에서 올해 흥행 2위에 올랐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1위를 기록 중인 ‘왕과 사는 남자’와 작품의 규모, 장르, 이야기 방식은 다르지만 두 영화 모두 대규모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805만명은 해외 유명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과 함께, 관객이 익숙한 캐릭터의 변화와 성장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글로벌 팬에게 이번 한국 흥행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같은 배우들이 이어온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한국에서 작품마다 수백만 관객과 만나고, 네 번째 영화가 마침내 전작 두 편을 모두 넘어 최고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800만 돌파는 하나의 숫자이지만 그 안에는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를 오랫동안 지켜본 관객과 새 출발을 선택한 이야기의 결합이 담겼다. 한국 관객은 이번에도 세계적인 영웅을 단순한 액션 아이콘이 아니라 외로움 속에서 성장하는 청년으로 받아들이며 극장 흥행의 새 장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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