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49)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으로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늘 다니던 헬스장과 식당에선 자연스럽게 그를 “김부장!”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소지섭 역시 누가 “김부장”이라고 부르면 자신도 모르게 돌아보게 됐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소지섭은 극 중 김부장처럼 뿔테 안경을 낀 채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차분한 말투에서도 “이게 무슨 일이냐. 솔직히 깜짝 카메라를 당하는 기분이었다”며 기분 좋은 미소가 새어 나왔다.
4회 만에 20% 돌파, 누적 시청자 2천563만 명
‘김부장’은 납치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처절한 부성애를 그린 액션물이다. 소지섭은 특수요원 출신이지만 힘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다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정체를 드러내고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 김부장을 연기했다.
이 작품은 4회 만에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최종회인 10회는 23%를 기록했다. SBS는 닐슨코리아 전국 누적 도달자 기준으로 ‘김부장’ 1∼10회 본방송과 재방송 누적 시청자 수가 약 2천563만 명에 달했다며 “대한민국 인구 절반에 육박하는 시청자가 ‘김부장’을 선택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대훈·윤경호와의 호흡, 애드리브로 채운 장면
소지섭은 작품의 인기 비결을 김부장의 친구들인 성한수, 박진철을 각각 연기한 최대훈, 윤경호에게 돌렸다. 그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시청률이었다”며 “두 친구 아니었으면 ‘김부장’이 이렇게 인기가 있었을까 생각한다. 연기하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경호는 말이 많지만 온몸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잘하고, 대훈이는 계산해서 조리 있게 말하는 연기를 잘한다”며 “저는 묵묵하게 무게중심을 잡는 연기를 잘해서 셋의 호흡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이어 “이 호흡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애드리브를 계속 만들며 신을 채워나갔다”며 “저는 코미디를 못 하니까 두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많이 얘기했다. 모이기만 하면 리허설을 계속 해서 막상 촬영에선 엔지(NG) 없이 한 번에 오케이를 받을 정도였다”고 시너지를 강조했다.
혹한의 냉동창고 신과 사춘기 딸 연기
김부장이 딸을 찾기 위해 달려갔던 냉동창고 신은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남았다. 소지섭은 “정말 추운 한파에 양복 한 벌로 비까지 맞으며 찍었어요. 딸이 눈앞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때인데도 추위가 그런 감정까지 덮어버리더라고요. 연기를 못 할 정도로 추웠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떠올렸다.
2020년 결혼했지만 자녀가 아직 없는 그는 고등학생 딸을 둔 아버지 역할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는 “첫 촬영 당시 민지(서수민 분)에게 하트 모양 사탕을 선물로 주면서 ‘잘 부탁해. 잘해보자’고 했다”며 “오히려 약간 어색한 관계가 사춘기 딸과 아버지라는 설정에 도움이 됐다”고 떠올렸다.
전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에 이어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 그는 “액션에 부담은 없었다”며 “몸이 부딪치면서 오는 희열이 있다. 저는 액션도 대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장’에선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 ‘김부장’에선 ‘테이큰’의 리암 니슨 등 할리우드 액션 스타와도 비교됐다.
배우 인생 두 번째 페이지
소지섭은 1995년 모델로 데뷔해 1997년 SBS ‘여자’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예전엔 배우 소지섭이라고 하면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나. 이제는 ‘김부장’이 그런 작품이 된 것 같다”며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제 배우 인생 첫 페이지를 활짝 열었다면, ‘김부장’이 두 번째 페이지를 열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그는 “동시간대(‘오십프로’) 드라마에서도 또래 배우들이 나온 게 너무 기뻤다”며 “중년 배우들이 설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늘어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2월 열리는 ‘2026 SBS 연기대상’ 대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진심으로 상에 욕심이 없다. 저보다 ‘김부장’ 팀이 단체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승영 감독, 삼고초려 끝 캐스팅
연출자 이승영 감독은 액션과 코미디 연출이 처음이라며 “제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었다”며 “현장에서 작은 기적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연출자는 캐스팅을 위해 배우를 많이 연구하기 때문에 소지섭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1회를 촬영하며 전에 볼 수 없던 연기의 깊이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고 소지섭에게 많이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2019년과 2024년 다른 작품으로 출연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고, 지난해에야 ‘김부장’으로 캐스팅 삼고초려에 성공했다.
5회에서 김부장이 박영광(옥택연 분)의 동생 박강성(김성규)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두 사람의 그림자로 액션의 실루엣을 강조했고, 9회 어둠 속 총격전 장면에선 북한 요원 시점의 일인칭 액션을 선보였다. 인간병기와도 같았던 김부장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한 액션 장면에선 인공지능(AI)을 100% 사용했다. 한국 드라마가 한 시퀀스를 통째로 AI로 제작한 것은 ‘김부장’이 처음이다. 다만 AI 제작을 시도한 시퀀스는 과거 부분에 국한해 조심스럽게 사용했다.
두피를 뜯거나 이를 뽑는 가학적인 장면이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시선에 대해 이 감독은 “심의를 지키면서도 이야기의 핵심을 극적으로 표현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며 “시청자들이 불편하셨다면 그것 또한 제작진의 과제”라고 말했다. 과도한 노출광고(PPL) 지적에는 “드라마 산업이 굉장히 어려운 가운데 작품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다만 드라마가 성공했기 때문에 PPL을 마음대로 했다는 추측은 사실이 아니다. 첫 방송 날 이미 10부까지 제작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