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될 때는 관객의 눈으로 보시겠지만, 극장을 나설 때는 (세 탈북 여성) 혜선과 보미, 숙희의 친구가 되어있을 거예요” 영화 ‘하나 코리아’에 보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안서현이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디딜 때의 떨림에 대한 영화”라고 덧붙였다. 2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8일 개봉하는 한국·덴마크 합작 영화다
‘하나 코리아’는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 분)이 북한에 있는 어머니의 치료비를 벌면서 동시에 간호사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출은 덴마크인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이 맡았다. 각본에는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로 얼굴을 알린 샤론 최(최성재)가 참여했다. 개봉일은 오는 8일이다.
안서현은 “앞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스스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첫인상도 남달랐다고 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읽고 ‘글이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덴마크 감독님이 탈북 여성의 삶을 그리신다니, 어떻게 인물을 바라보실지 궁금했다”고 떠올렸다.
하나원에서 혜선과 룸메이트가 되는 보미를 맡았다
보미는 탈북민 정착을 돕는 기관인 하나원에서 혜선을 만나 룸메이트가 되고, 서울살이를 함께 해나가는 탈북 여성이다. 두 사람의 온도는 다르다. 얼굴에 늘 그늘이 져 있는 혜선과 달리 보미는 새 출발에 대한 설렘과 해맑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인물을 잡은 방향은 분명했다. 안서현은 “보미는 탈북 여성을 떠올리면 그려지는 대표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인물”이라며 “힘들고, 아픔이 많고, 경계심이 높을 것이라는 등의 이미지가 아닌 다채로운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은 발랄한 아이, 유년기에 건강한 사랑을 받은 아이의 특성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고향은 함경도지만 중국에서도 오래 생활했고, 한국 문화까지 빠르게 흡수하는 이른바 ‘MZ 탈북민’이 보미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녹초가 되어 귀가하는 혜선을 보미가 거실에서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성향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서현은 “어린 학생이다 보니 새로운 문화를 순식간에 빨아들이고 적응하는 모습이 보미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며 “여느 중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는 소녀로 바라봤다”고 했다.
차분한 성격의 배우가 발랄한 인물을 연기한 방법
정작 실제 성향은 보미보다 혜선에 가깝다고 한다. 안서현은 “제 원래 성격은 차분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타입”이라며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 내가 나의 고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보미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 안서현이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서 받은 ‘발랄한 위로’를 담아내고 연기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아역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와 앞으로의 도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 속 주인공 미자 역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20대를 맞이해 성인 연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심정도 담담하게 전했다. 안서현은 “과거에 아역 배우로 많이 나와서 관객들 눈에 제 어린 시절 모습이 비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평생 떨쳐버릴 수 없는 부분이라면,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 코리아’ 속 보미처럼 너무 무거워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성인 연기자가 되어가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보고 싶은 역할도 꺼냈다. 그는 “늘 악역을 맡아보기를 꿈꾸고 있다”며 “동그랗고 선한 인상을 가진 배우라면 다들 악역을 꿈꿀 것”이라고 웃었다. 또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동안 사랑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며 “가장 보편적이고 흔한 주제인 만큼 앞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보미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김민하와 김주령, 안서현,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 최성재(샤론 최) 각본가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안서현은 “보미는 긴 호흡보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라며 “작품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리듬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미는 중국에서 오래 살았다는 설정이라 중국어가 더 익숙한 캐릭터다. 발음과 조사 하나까지 신경 쓰며 다른 탈북민들과도 차별화된 인물을 만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혜선의 고향은 북한 양강도다. 하나원에서는 혜선에게 제과·제빵이나 네일샵 등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권했지만, 혜선은 대학 교육을 받고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바꾸지 않는다. 쇨베르 감독은 이 작품을 준비하며 30여명의 탈북민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고, 그중 ‘효린’이라는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의 구성을 짜 나갔다.
관련 뉴스 바로가기
- 안서현 “극장 나설 땐 탈북 여성의 친구가 될 거예요” (연합뉴스)
- 새 삶 향한 탈북 여성의 고단한 발걸음…‘하나 코리아’ (연합뉴스)
- 강물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하나 코리아’가 던지는 잔잔한 울림 (TV리포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