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방문객 휴대전화 비밀번호 요구 법제화 논란…중국은 美총영사 초치

홍콩 ‘방문객 휴대전화 비밀번호 요구’ 법제화 파장…중국의 美총영사 초치까지, 여행·기업·미중관계 어디로 가

홍콩이 방문객에게도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입국 심사와 데이터 접근 범위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한

홍콩, 방문객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 의무화…시행 첫날부터 외교 갈등

홍콩 정부가 국가안보 수사 과정에서 거주 외국인은 물론 경유·방문 외국인에게도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비밀번호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규칙을 확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홍콩 당국은 국가안보수호조례, 이른바 기본법 23조의 시행규칙을 지난 3월 23일 관보에 게재하고 각국 외교공관에 통보했다. 이는 아직 논의 중인 입법안이 아니라 이미 발효돼 집행 가능한 제도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미국 정부가 이에 반발하며 자국민 대상 안보 경보를 발령하자, 중국은 곧바로 주홍콩 미국 총영사를 초치하며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새 시행규칙에 따르면 국가안보 위협이 의심되는 경우 경찰은 홍콩 거주자뿐 아니라 홍콩국제공항을 경유하거나 홍콩을 단순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전자기기 잠금 해제와 비밀번호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최대 징역 1년과 홍콩달러 10만(약 19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적용 대상 기기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포함한 개인 전자기기 전반으로, 메신저와 이메일, 클라우드 연동 정보까지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소지품 검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주홍콩 미국총영사관은 지난 3월 26일 현지 거주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새 시행규칙의 내용을 알리는 안보 경보를 발령하고 미국 국무부의 해외여행자 등록 프로그램 가입을 권고했다. 총영사관은 해당 조치가 미국 시민의 개인정보와 통신 내용에 대한 접근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미국 총영사 초치…미중 외교 갈등으로 확산

중국 외교부 주홍콩특파원공서는 미국 측이 안보 경보를 발령한 다음 날인 3월 29일, 줄리 이드 주홍콩 미국 총영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초치를 진행한 인물은 추이젠춘 주홍콩특파원공서 특파원으로, 미국 측의 이른바 안보 경보가 홍콩의 국가안보법 개정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는 취지의 항의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측은 이번 시행규칙 개정이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총영사 초치는 상대국의 발언이나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절차로, 이번 사안이 단순한 행정 절차 변경이 아니라 양국 간 민감한 외교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홍콩을 경유하거나 방문하는 자국민, 기업인, 언론인, 공무원 등의 정보 보호 문제를 우려하는 반면, 중국은 이를 홍콩의 치안과 국가안보, 나아가 주권 문제와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

기본법 23조 시행규칙 개정이 갖는 의미

이번 시행규칙은 2020년 제정된 홍콩 국가안보법과, 2024년 홍콩 입법회를 통과한 기본법 23조 국가안전조례 체계 위에서 세부 집행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홍콩은 오랫동안 중국 본토와 구별되는 제도적 특성과 국제 비즈니스 친화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고, 외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홍콩을 아시아 거점으로 활용해온 배경에는 예측 가능한 법·행정 환경에 대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방문객까지 적용 대상으로 포함한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절차 변경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홍콩 거주자에 그치지 않고 경유·방문 외국인까지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파급 범위를 크게 넓힌다. 관광객, 출장자, 언론인, 연구자, 기업 임직원 등 다양한 주체가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출장용 기기 운영 방식과 클라우드 접속 정책, 민감 문서의 저장 여부, 다중인증 수단 관리 등을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고, 금융·법률·언론·기술 분야처럼 정보 민감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현지 체류 중 데이터 최소화 원칙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전망

미국 정부는 안보 경보 발령 이후 자국민에게 홍콩 방문 시 유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다른 서방국가들도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유사한 경보나 여행 권고를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홍콩 정부는 이번 시행규칙이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 수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미중 간 외교적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집행 사례가 쌓이면서 적용 범위와 절차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